“오늘 돌아왔다고? 고생이 많다”-“형이 진짜 잘하고 파이팅해야지”.
전 소속팀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방출된 뒤 1년 만에 당당한 한국시리즈 진출팀의 필수 계투로 자리잡은 박정배(30, SK 와이번스)가 전 소속팀 동료의 격려에 큰 경기 부담감을 잠시 잊고 환한 웃음을 보였다.
지난해 두산에서 방출된 뒤 입단 테스트를 통해 SK에 입단한 박정배는 페넌트레이스에서 37경기 4승 3패 3홀드 평균자책점 3.14의 호투로 막판 팀의 상승세에 기여한 뒤 한국시리즈 2경기에서도 계투 추격조로 2경기 평균자책점 2.45로 분전 중이다. 특히 1-6으로 뒤지던 3차전에서 상대 분위기를 꺾는 2⅓이닝 2피안타(사구 2개) 1실점 호투로 12-8 역전승 바탕을 마련한 것은 보이지 않는 수훈이었다.

사실 박정배의 어깨 상태는 완벽하지 않다. 2005년 두산 데뷔 이후 2군이 훨씬 익숙했던 박정배였던 만큼 이렇게 포스트시즌에서 던진다는 자체가 몸의 경직을 이끌었고 롯데와의 플레이오프에서부터 어깨 통증이 왔다. 다행히 29일 4차전 휴식을 취하고 30일 경기가 없었기 때문에 박정배는 이틀 간의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얼마 안 남았잖아요. 시즌이. 꼭 힘내야지요”라며 입술을 깨문 박정배. 마침 박정배를 보며 전 소속팀 동료였던 오현택(27)이 반겼다. 올 시즌 상무에서 에이스 노릇을 하며 커다란 기량 성장세를 보인 오현택은 지난 9월 제대한 뒤 팀의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다녀온 오현택은 마침 귀국해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다가 박정배를 보기 위해 덕아웃 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일본 다녀왔구나. 고생 많았다”라는 말과 함께 웃으며 화답하는 박정배에게 오현택은 주먹을 맞부딪히면서 “형이 고생이 많지요. 잘 되어야 됩니다”라는 덕담을 내놓았다. 박정배와 마찬가지로 오현택 또한 2008년 신고선수 입단 이후 1군보다는 2군이 더욱 익숙했던 선수. 그만큼 비슷한 처지였던 선배가 타 팀에서라도 기회를 얻고 있다는 점을 진심으로 기뻐했다. 후배의 덕담에 박정배는 다시 한 번 입술을 깨물며 라커룸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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