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한국시리즈 3·4차전을 잡고 기사회생할 수 있었던 것에는 삼성의 실책도 한 몫을 거들었다. 그러나 SK는 그런 삼성의 모습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 오히려 똑같이 실책을 남발하며 5차전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SK는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1-2로 졌다.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득점은 1차전과 비슷했을지 몰라도 양상은 사뭇 달랐다. 1차전이 일방적으로 끌려간 경기라면 5차전은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공·수 모두에서 그랬다. 그러나 실책이 누적되며 결국 추격 동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1회 첫 실점부터가 아쉬웠다. SK 선발 투수 윤희상은 2사 1·3루에서 박한이와 상대했다. 박한이의 끈질긴 승부에 고전하더니 회심의 승부구로 던진 5구째 커브가 뒤로 빠지며 3루 주자 정형식에게 홈을 허용했다. 안타가 아닌 폭투로 선취점을 내줬다는 점에서 SK로서는 기분이 나쁜 실점이었다.

3회에는 실책과 보이지 않는 실책이 겹치며 1점을 더 내줬다. 둘 중 하나라도 나오지 않았다면 실점을 면할 수도 있었다. 먼저 1사 1루에서 최형우의 우전안타 때 임훈이 공을 뒤로 흘리며 1루 주자 이승엽을 3루까지 보내줬다. 선발 윤희상의 힘을 빼는 실책이었다.
이어진 1사 1·3루에서 박진만의 수비도 아쉬웠다. 윤희상은 후속타자 박한이를 평범한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다. 2루수 정근우의 2루 커버도 정상적이었다. 1루 주자가 최형우임을 감안하면 병살 처리도 가능했다. 그러나 박진만은 어찌된 일인지 글러브에서 쉽게 공을 빼지 못했고 2루나 홈 중 아무 곳에도 공을 뿌리지 못했다. 결국 3루 주자 이승엽이 홈을 밟아 삼성은 아웃카운트 하나와 득점을 맞바꾸는 결과를 얻었다.
1점을 따라 붙어 1-2로 추격한 4회에는 이호준의 주루 플레이가 아쉬웠다. 2사 1·3루 박진만의 타석에서 1루 주자 김강민은 2루를 향해 뛰었다. 이때 슬금슬금 홈을 노리던 이호준도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나 삼성 포수 이지영은 영리했다. 2루로 공을 뿌리는 척 하면서 3루 주자 이호준을 런다운으로 몰아넣었다. 결국 이호준은 홈에서 아웃됐다. 추가 득점을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지만 팀 추격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점에서 뼈아픈 주루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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