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우 와이번스’라 불릴 정도로 앞선 3경기에서 모두 맹활약을 펼쳤던 1번 타자. 그러나 전 경기에 이어 이번에도 팀의 득점 공식을 성립시키지 못하며 침묵했다. 그나마 4차전은 팀 승리로 그의 부진이 희석되었으나 이번에는 뼈아픈 빈공 패배로 이어지고 말았다. SK 와이번스 부동의 톱타자 정근우(30)가 두 경기 연속 무안타로 침묵하고 말았다.
정근우는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 1번 타자 2루수로 여느 때와 다름없이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그의 5차전 경기 성적은 4타수 무안타에 그치고 말았고 팀은 1-2로 석패하며 1패만 더하면 삼성에게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넘겨줄 위기에 처했다.
1회초 첫 타석에서 유격수 땅볼에 그친 정근우는 3회 2사에서도 유격수 땅볼로 일축당했다. 6회초 클리닝 타임을 마치고 선두타자로 나선 정근우는 상대 선발 윤성환의 6구 째에 헛스윙하며 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마지막 네 번째 타석. 상대 필승 계투 안지만을 상대로 8회초 1사에서 타석에 나선 정근우는 힘없이 포수 파울 뜬공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29일 4차전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친 뒤 2경기 연속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한 정근우다.
사실 시리즈 첫 세 경기 중 SK에서 가장 분전했고 맹활약했던 타자가 정근우였기에 지금 정근우의 두 경기 연속 침묵은 뼈아프다.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5경기 동안 4할4푼4리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던 정근우는 한국시리즈 첫 3경기 동안 12타수 7안타(5할8푼3리)로 펄펄 날아올랐다. 2차전에서는 솔로포까지 때려내며 말이 없던 중심타선을 대신해 파괴력을 보여줬던 정근우다.
그러나 4차전 4타수 무안타, 5차전에서도 4타수 무안타로 부진에 빠지며 팀에 깊은 고민을 빠뜨리고 만 정근우다. 언젠가 찾아올 지 모르던 타격감의 하향세가 하필이면 가장 중요한 시기에 찾아와버린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누구나 슬럼프를 겪을 수 있다. 그 슬럼프가 없다면 타격왕 타이틀은 아마 5~6할 타자에게 주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팀의 득점 공식을 만들어내고 연패 속에서도 분전하던 리드 오프 정근우의 급속냉각된 방망이. 정근우의 갑작스러운 난조에 SK는 깊은 시름에 빠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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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