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곤 감독의 초강수가 이번에도 적중, 울산 현대를 결승으로 이끌었다.
울산이 활짝 웃었다. 울산은 31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서 열린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부뇨드코르(우즈베키스탄)와 홈경기서 김신욱과 이근호의 연속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1·2차전 합계 5-1로 승리한 울산은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랐다.
울산의 2차전 승리는 뜻 깊은 승리라고 할 수 있다. 무승부만 기록해도 결승전에 올라가는 상황에서 총력을 가해 승리를 따낸 것. 이로써 울산은 올해 챔피언스리그서 8연승 및 11경기 연속 무패(9승 2무)를 기록하게 됐다. 연승과 무패로 결승에 오른 만큼 절정의 사기로 경기에 임하게 됐다.

김호곤 감독은 1차전 원정에서 3-1 완승을 거두고 왔음에도 2차전에도 베스트 11을 가동하는 초강수를 뒀다. 평소 같다면 베스트 11의 기용이 초강수가 아니었겠지만, 이날 만큼은 달랐다. 11명의 선수 중 무려 6명이 경고를 받을 경우 결승전에 출전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모두 대체하기에 애매한 자원이었다. 골키퍼 김영광을 비롯해 수비의 핵 곽태휘와 강민수, 미드필더의 이호, 공격진의 김신욱과 하피냐가 그 대상이다. 특히 경고를 받는 것이 익숙한 중앙 수비수들은 더욱 그랬다. 이재성이 부상에서 회복했지만 아직 풀타임을 소화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김호곤 감독은 모든 선수를 가동했다. 자칫 경고 한 장으로 결승전을 힘들게 치를 수도 있는 상황에서 쉽게 내릴 수 없는 결정이었다. 하지만 김호곤 감독의 선택은 맞았다. 다득점 승리가 절실한 부뇨드코르의 공격이 매서웠기 때문이다.
특히 수비진과 골키퍼 김영광의 활약이 눈부셨다. 곽태휘와 강민수를 부뇨드코르가 측면 돌파를 이용, 문전에 지속적으로 크로스를 올림에도 흔들리지 않고 걷어냈다. 김영광은 부뇨드코르 공격수들이 수비진을 뚫고 시도하는 날카로운 슈팅을 계속 막았다. 전반 6분과 17분, 24분 살로모프의 날카로운 슈팅은 골이나 마찬가지였다.
초반 흔들림을 견뎌낸 울산은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전반 중반을 넘어가면서 김호곤 감독이 의도한 공격적인 축구가 나왔다. 결정타는 후반전에 나왔다. 후반 7분 김신욱이 결승골을 성공시킨 것. 김신욱은 상대 수비수의 실수를 틈 타 오른발 슈팅으로 부뇨드코르의 골망을 흔들었다. 경고 누적이 두려워 김신욱을 제외했다면 불가능한 골이었다.
김호곤 감독의 초강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8일 수원 원정에서도 챔피언스리그를 위해 주전 선수를 모두 제외하고 대부분 2군으로 나섰다. 챔피언스리그 올인을 위해서였다. 다들 울산의 패배를 예상했지만 울산은 김호곤 감독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0-0을 기록하며 귀중한 승점 1점을 따낸 것. 일부에서는 사실상 울산의 승리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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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