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직구였다. 그러나 타자들은 제대로 치지 못했다. 알고도 당하는 돌직구. 역시 오승환(30)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돌부처였다.
지난달 31일 삼성-SK의 한국시리즈 5차전은 오승환의 좀처럼 볼 수 없는 포효로 끝났다. 2-1 삼성 승리. 8회 2사후 구원등판한 오승환은 9회 첫 타자 최정에게 불의의 대형 3루타를 맞으며 블론세이브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강력한 직구로 정면승부, 스스로 초래한 위기를 직접 해결했다. 직구 일변도의 피칭에도 SK 타자들은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했다.
이날 오승환은 총 26개의 공을 던졌다. 그 중 23개가 직구. 특히 마지막 두 타자 김강민과 박진만에게는 직구 9개를 연속해서 던지며 잇따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오승환의 타자 눈높이 들어오는 높은 직구는 그 어떤 변화구보다 타자들의 배트를 유혹했다. 8회 박재상부터 9회 김강민과 박진만 모두 오승환의 높은 직구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오승환이 던진 23개의 직구 평균 구속은 150.8km. 최고 153km에 최저 147km. 150km 이상 강속구가 무려 20개였다. 9회 선두타자 최정에게 한복판 150km 직구를 통타당해 3루타를 맞았지만 초구에 방심한 결과였다. 오승환이 작심하고 던진 직구에 SK 타자들은 제대로 타이밍을 못 맞췄다. 특유의 돌직구는 상대를 완벽히 압도했다.
SK는 올해 리그에서 가장 많은 8차례 스퀴즈 번트 득점에 성공한 팀이다. 9회 1점차 열세 상황에서 무사 3루. 스퀴즈 번트를 시도해 볼만했다. 하지만 SK 이만수 감독은 시도조차 할 생각이 없었다. "오승환의 공이 153km까지 나오더라. 그런 공에 스퀴즈를 하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 내야수들이 전진 수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땅볼을 강하게 굴려줘도 빠질텐데 오승환의 공이 너무 빨랐다"는 게 이만수 감독의 말이었다.
류중일 감독은 9회 무사 3루 위기 상황에 대해 "최소 1점만 주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삼진을 잡을 수 있는 오승환이기에 끝까지 믿었다"고 말했다. 타이트한 경기에서 주자를 두고 등판하는 일이 많은 마무리투수에게 탈삼진 능력은 필수적인 요소. 오승환은 올해 9이닝당 탈삼진이 13.1개로 리그 전체 1위. 결정적인 순간 탈삼진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강력한 돌직구의 힘이 제대로 빛났다.
여기에는 오승환 특유의 담대함도 절대 빼놓을 수 없다. 그는 9회 1사 1·3루의 타이트한 상황에도 3루 견제를 하며 웃음을 띄었다. "그냥 한 번 해봤다"는 게 오승환의 설명. 긴장한 기색이 있었지만 웃음으로 감췄다. 그는 마지막 상황에 대해 "별다른 기분은 없다. 점수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만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 직후 구단 관계자에게는 "오히려 3루타를 맞은 후 마음이 편했다. 막을 자신이 있었다"고 자신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돌직구를 던질수 있는 오승환. 한국시리즈라는 큰 경기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담대함은 그가 왜 '돌부처'인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오승환은 오승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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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