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은 것은 없다. '굳은 의지'와 '쾌조의 상승세'라는 이득만 남았다.
울산 현대가 활짝 웃었다. 울산은 지난달 31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서 열린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부뇨드코르(우즈베키스탄)과 홈경기서 2-0으로 완승을 거뒀다. 1차전 원정에서도 3-1로 승리했던 울산은 합계 5-1을 기록하며 결승행에 성공했다. 울산은 오는 10일 안방에서 결승전을 갖는다.
울산이 창단 한 이후 처음으로 진출한 챔피언스리그 결승인 만큼 선수들의 얼굴에는 꽃이 피었다. 특히 김호곤 울산 감독은 어느 때보다 환한 웃음을 지었다. 여유와 성취감 모두가 느껴졌다. 힘들게 내린 판단이 최상의 결과를 갖고 왔기 때문이다.

당초 울산은 1차전 원정에서 3-1로 여유 있게 승리를 거둔 만큼 2차전 홈에서 한숨을 돌릴 줄 알았다. 김영광과 곽태휘, 강민수, 김신욱, 이근호, 이호 등 주축 선수 6명이 자칫 잘못하면 경고 누적으로 결승전에 출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모든 선수들을 제외하지는 못하더라도 일부는 벤치 멤버를 기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중론이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김호곤 감독이 베스트 11을 모두 기용하는 강수를 둔 것. 총력전이었다. 결국 선수들의 평범한 반칙 하나 하나는 보는 이들의 살을 떨리게 했다. 지난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올랐던 전북 현대가 중앙 수비수 조성환이 경고 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준우승에 그친 것이 떠오르기도 했다.
기우였다. 울산은 경고 하나 받지 않고 깔끔하게 경기를 마쳤다. 오히려 부뇨드코르가 2개의 경고를 받았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총력전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결승전에 나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경고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만 불필요한 행동은 하지 말라고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울산 선수들은 김호곤 감독이 지시한 바를 잘 이행했다. 자신들이 생각한 다른 방법은 철저하게 배제했다. 결국 울산은 승리를 따내며 홈 팬들에게 기쁨을 선사했고, 주축 선수 모두가 결승전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자칫 무리수가 될 뻔한 김호곤 감독의 강수가 최고의 한 수가 된 셈이다.
울산은 김호곤 감독의 강수, 즉 예상밖 총력전으로 두 가지를 얻었다. 하나는 선수들의 우승에 대한 '굳은 의지'이고, 다른 하나는 '쾌조의 상승세'다.
김 감독은 "혹시나 선수들이 방심할까봐 걱정했다"고 했다. 사실 김호곤 감독은 원정에서 거둔 승리로 선수들이 방심에 빠질 것을 가장 많이 고민했다. 2004년 챔피언스리그서 성남 일화가 원정에서 완승을 거두고도 홈에서 대패해 우승을 놓친 것을 반면교사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울산 선수들은 달랐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결승전에 가야겠다는 굳은 의지가 좋은 결과로 나왔다"고 전했다. 선수들이 지닌 굳은 의지의 틈을 방심이라는 또 다른 적이 파고들 틈이 없었다. 이는 결승전에서도 마찬가지다.
쾌조의 상승세도 얻게 됐다. 울산은 지난 3월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부터 준결승전까지 단 한 번도 지지 않고 왔다. 깨끗한 무패 행진으로, 9승 2무로 11경기 연속 무패 행진이다. 최근에는 경기력에 더욱 물이 올라 8연승을 달리고 있다.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챔피언스리그에서 무적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고 있는 만큼 울산 선수단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 하다.
예로부터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고 했다. 이미 울산 선수단은 정신적으로 모든 것이 갖추어진 상태다. 선수단의 굳은 의지와 쾌조의 상승세로 인한 자신감이 모두 넘친다. 이제는 최고의 몸상태와 컨디션을 만들어 결승전 상대 알 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를 맞이하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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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