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라의 그레이 존]'백전노장' 김응룡의 귀환이 반가운 이유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2.11.01 12: 41

김응룡 한화 이글스 감독이 선수단 지휘봉을 잡고 한창 마무리 훈련을 하고 있다. 한국시리즈의 열기 속에서도  한화 구단, 즉 김응룡 새 감독의 움직임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한화의 감독이 김응룡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그런  관심을 받기 어려웠을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김응룡 감독의 존재 가치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2004년 이후 현장을 떠난 지 8년만의 복귀에 대해 의아해 하는 시선보다는 10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독보적인 우승전력을 지닌 감독의 복귀를 반가워하는 시선이 압도적이다.
우승의 비결에 대해 물으면 김응룡 감독은 항상 겸손하게 자신이 운이 참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억세게 운이 좋은 김응용룡 독이 한화에 왔으니, 그가 가진 우승의 기운이 한화 이글스에서 발휘 될 것 같은 기대감도 한껏 고조되어 있다.

71세라는 많은 나이에 많게는 서른살 가깝게 차이가 나는 후배 감독들과 함께 경쟁하는 마음이 남다를 것이다. 그 동안 메이저리그에서는 80대 감독이 팀을 이끄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었다. 김응룡 감독이 복귀하기 전까지만 해도 현장에 남아있는 감독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감독이 50대인 것을 감안하였을 때 젊은 분위기의 한국 야구계에 연륜과 노련함의 바람이 불어왔다고 하겠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아무리 잘나간다손치더라도 30대 후반이 되면 은퇴를 결심하게 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바로 프로무대에 뛰어들어도 선수로서 최대한 뛸 수 있는 기간이 20년이 채 안 된다. 은퇴하는 선수들이 모두 소위 야구판에 남는 것도 아니고, 선수가 은퇴 후 프로야구 현장에 남아 감독이나 코치를 할기회도 매우 적다.
이제는 9팀이 되었고, 앞으로 곧 10팀이 되겠지만,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 단 8명만 가질 수 있는 감독이란 자리는 더더욱 그 관문이 좁고, 설사 감독이 되더라도 감독 직을 유지하는 평균 수명도 길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김응룡 감독이 다시 복귀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그가 그 동안 우승을 많이 한 운이 좋은 감독이어서가 아니다. 그의 리더십에는 특별함이 있기 때문에 그가 그 동안 좋은 리더로 평가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김응룡 감독은 좋은 선수를 잘 골라내는 눈을 가지고 있다고 정평이 나있다. 그는 이번에 한화 감독으로 취임하면서도 신인선수를 적극적으로 기용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가 좋은 선수를 발굴해서 키울 수 있는 능력은 바로 그가 가진 가장 중요한 장점이고, 한화에서 지금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
그는 훈련량을 특별히 강조하지 않으며, 선수들에게 세세하게 지시하지 않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또 선수의 투구 폼을 고치려 들기보다, 그러한 폼으로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추는 감독에 속한다.
리더의 유형이 여러 가지이고 각 유형마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선수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 선수가 팀에 기여할 수 있는 성과를 낼 수 있게 해주는 리더의 유형이 있다. 이들 유형은 자신의 선수가 어떠한 능력을 가졌는가  보다는 선수가 가진 것을 얼만큼 발휘할 수 있느냐에 더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리더는 선수의 가능성에 투자하고, 세세하게 지시하기 보다 선수들이 주도적으로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돕는 노릇을 할 뿐이다.
관찰력이 뛰어나고 선수 육성에 대해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김응룡 감독은 이러한 유형에 해당되는 리더라고 할 수 있다.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선수의 역량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감독 옆에서 자신의 역량을 키우다 보면, 자신이 모시는 감독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깨닫기 보다 자신이 정말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선수는 자신감을 쌓아갈 수 있다. 그 자신감이라는 자산이 그를 경기장에서 강하게 만들어 준다.
김응룡 감독이 한화에 있는 동안 앞으로 좋은 선수들이 새롭게 발굴되고 성장하여 프로야구사에 획을 긋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노장의 귀환이 반갑지 않을 수가 없다.
/고려대 학생상담 센터 상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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