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선수 4명이 모였지만 시너지 효과는 전무하다. 그야말로 조직력 없는 동네 농구다.
LA 레이커스가 개막 2연패에 빠지며 더딘 출발을 보이고 있다. 오프시즌 올스타 센터 드와이트 하워드를 트레이드로 영입하고 MVP 2회 수상의 스티브 내쉬와 FA 계약을 체결, 우승을 향한 라인업을 구성했으나 시범경기부터 9연패 중이다.
리그 최고의 지휘관인 내쉬는 보통의 포인트 가드 역할을 수행하며 색깔을 잃어버렸고 하워드는 2경기 연속 파울트러블로 벤치를 전전했다. 5년 동안 손을 맞춰온 코비 브라이언트와 파우 가솔까지 방황하고 있는 가운데 2경기서 턴오버 38개를 기록, 공수 코트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졌다.

레이커스서 부임 2년차를 맞이하는 마이크 브라운 감독은 코트 위 다섯 명의 움직임을 극대화하는 프린스턴 오펜스를 내세우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새크라멘토 킹스, 2000년대 후반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가 주로 사용했던 이 공격 패턴은 포인트가드의 리딩을 줄이고 모든 선수들이 볼이 없는 상태에서 함께 움직여 스크린과 컷인, 백도어 컷으로 공간을 창출해 오픈 찬스를 만든다.
문제는 이러한 시스템이 이제 막 손발을 맞추기 시작한 레이커스 상황에 과연 적합 하느냐는 것이다. 물론 파우 가솔은 크리스 웨버, 블라디 디바치처럼 패스와 스크린, 중거리 점프슛에 능한 빅맨이며 내쉬는 리그 최정상급의 오픈 슈터다. 그리고 코비는 볼이 없는 상태서도 효과적으로 공간을 창출해 득점할 수 있다. 퍼즐 조각은 얼추 맞는 듯 하지만 당장 우승이 급한 레이커스 선수들에게는 시간이 필요한 전술이라는 이야기다.
스티브 내쉬와 전술의 궁합도 문제다. 댈러스 시절 올스타 포인트가드였던 내쉬가 2004년 피닉스로 돌아와 MVP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극한의 런앤건 농구를 펼쳤기 때문이다. 피닉스에서 내쉬는 마이크 디앤토니 감독의 ‘SEVEN SECONDS OR LESS'(7초안에 공격 시도) 전술을 바탕으로 쉬지 않고 코트를 뛰어다녔다. 그러나 프린스턴 오펜스는 기본적으로 공격이 세트된 상황에서 이뤄진다. 속공 농구의 귀재에게 지공 농구를 시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금의 연패를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 3년 전 ‘빅3’를 결성한 마이애미 히트 역시 시즌 초반엔 5할을 전전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선수들의 손발이 맞을 것이며 점차 시너지 효과도 나올 것이다. 4명 모두 리그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인 만큼 팀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법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다.
문제는 이들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하워드는 당장 올 시즌이 끝나면 FA가 되며 레이커스와 3년 계약한 내쉬는 내년이면 우리나이로 마흔이다. 마이애미의 경우 빅3가 평균 27살에 모였기 때문에 1, 2년의 실패를 만회할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레이커스는 올해 당장 우승하지 못하면 순식간에 빅4가 해체될 수도 있다.
9년 전에도 레이커스는 빅4를 구성했었다. 샤킬 오닐과 코비로 2000년대 초반 3번의 우승을 차지한 후 당시 최고의 파워포워드였던 칼 말론과 포인트가드 게리 페이튼을 영입했다. 시즌 전 모두가 레이커스의 우승을 점쳤고 어떤 전문가는 정규시즌서 시카고 불스의 72승 10패 기록을 깨뜨릴 거라는 전망도 내놨다. 그러나 레이커스는 파이널서 막강한 조직력의 디트로이트에 패했고 빅4는 코비만 남은 채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올 시즌 레이커스의 빅4가 2004년의 실패를 반복할지, 아니면 마이애미의 빅3보다 빨리 조직력을 갖춰 통산 18번째 우승을 차지할지, 흥미를 끄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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