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상이 ‘말춤’을 췄다. 가수 싸이가 아니다. SK 외야수 박재상(30)이 말춤을 춘 주인공이었다. 요즘은 누구나 흥겹게 따라 추는 말춤이지만 이 말춤에는 좀 더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었다.
이만수 SK 감독은 선수단 점심 식사에 앞서 선수단을 불러 모았다. 전날(31일)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1-2로 아쉽게 진 선수들은 표정은 썩 밝지 못했다. 그러자 이 감독은 대뜸 가수 싸이를 예로 들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이 감독은 “싸이가 요즘 최고 인기다. 왜 그러느냐. 일단 싸이가 신나게 논다. 노래 자체도 즐겁다. 즐겁게 해야 야구도 이길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외야수 박재상을 지목했다. 박재상은 싸이의 본명이기도 하다. 이 감독은 박재상에게 “말춤 한 번 춰봐라”며 분위기를 전환했다. 박재상의 말춤을 본 선수들도 웃었다. 이 감독은 “잘 추더라. 선수들도 많이 웃었다”라고 미소 지었다.

이 감독은 즐거워하는 선수들에게 “그래. 그것이 너희들의 모습이다. 웃어야 이긴다”라고 하면서 “지면 감독이 바가지를 다 쓰겠다. 대신 이기면 다 너희들이 잘해서 아닌가. 난 욕먹으면서 오래 살 테니 너희들은 경기장에서 신나게 해라”라고 주문했다. 5차전에서 사실상 자멸해 위축되어 있는 선수들에게 활기찬 플레이를 강조한 것이다.
선수들 앞에서는 밝은 표정을 지었지만 사실 이 감독의 속도 편하지는 않다. 이 감독 역시 전날 경기 결과가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이 감독은 “(잘못된 것을) 써보니 3~4페이지가 되더라. 하이라이트도 보지 않았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날씨가 춥지 않았느냐는 취재진에 질문에는 “점수를 못 내니까 춥기는커녕 따뜻하더라. 추울 새가 없었다”고 받아넘겼다. 농담이었지만 아쉬움이 진하게 새어나왔다.
그러나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에는 “괜찮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전날 7회 무사 1·2루에서 작전에 실패해 추격에 찬물을 끼얹은 김강민에 대해서는 “괜찮다. 감독이 욕을 먹으면 된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김강민은 이날 5번 타순으로 상향 조정됐다. 부진 끝에 7번으로 내려온 박정권에 대해서도 “부담을 좀 덜어줬다. 또 외야에 나가면 잘 치더라”라며 믿음과 기대감을 동시에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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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