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더 잘해야지요. 그래서 그 말을 한 분들 민망하게 만들어야지요”.
에이스의 투지가 불타올랐다. 지난 10월 29일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5이닝 1실점 호투로 시리즈 승패를 원점으로 맞췄던 좌완 에이스 김광현(24, SK 와이번스)이 7차전까지 시리즈를 끌고나가 반드시 이기겠다는 투지를 불태웠다.
올 시즌 김광현은 투구 밸런스 문제로 인해 시작이 늦었고 시즌 성적도 8승 5패 평균자책점 4.30으로 김광현의 이름값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있었다.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6이닝 5피안타(탈삼진 10개) 1실점으로 선발승을 따냈던 김광현은 5차전에서 1⅔이닝 6피안타 3실점으로 뭇매를 맞았다. 기복이 심했던 만큼 안정감을 심어주지 못해 팀의 고민거리가 되기도 했던 김광현이다.

그러나 지난 10월 29일 안방 문학에서 열린 4차전의 김광현은 달랐다. 이날 김광현은 5이닝 동안 89개의 공을 던지며 6피안타(탈삼진 4개, 사사구 1개) 1실점으로 호투하며 4-1 경기의 승리투수가 되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9km에 주무기 중 하나인 슬라이더도 141km까지 찍혔다. 그리고 팀은 시리즈 전적 2승2패로 균형을 맞췄던 바 있다.
10월 31일 선발 윤희상의 7이닝 2실점 1자책 역투에도 빈타로 인해 1-2 석패를 당하며 2승 3패로 몰린 SK. 1일 6차전을 앞둔 김광현은 “이것이 끝이 아니다. 지난 5경기 동안 모든 경기가 9회말 없이 홈팀들의 승리로 끝이 났는데 이번 6차전은 우리가 말 공격이니 그 법칙을 이어가고 7차전에서 법칙을 깼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왜 이렇게 경기가 빨리 끝나나 했어요. 다 9회말 공격을 치르지 않고 그냥 끝났잖아요. 이번에는 우리가 이기고 7차전까지 꼭 가야지요”.
1,2차전에서 예상 외의 나약한 경기력으로 일각에서는 ‘SK 야구가 싱거워졌다’라는 평이 들리기도 했다. 직접 그라운드를 뛰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그만큼 김광현은 자신은 물론 벼랑 끝의 팀원들이 투지를 발산해주길 바랐다.
"SK 야구가 싱거워졌다는 이야기에 오기가 많이 생겼어요. 그래서 ‘그럼 우리가 더욱 잘해서 그 이야기를 한 사람들을 민망하게 해주자’ 했지요. 이것이 끝이 아니니까요“. 에이스는 스스로 강해지는 법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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