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지현에게 있어 '결혼'이란 더욱 남다른 의미가 있던 인생 최대 사건(?)으로 보인다.
지난 4월, 결혼 후 전지현의 행보가 눈부시다. 결혼 후 관객들에게 처음 선보인 영화 '도둑들'이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퀸 타이틀을 거머쥐었을 뿐 아니라 대중에 더욱 친숙한 이미지를 심어주며 데뷔 후 그 어느 때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97년 잡지 모델로 데뷔, 여러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꾸준한 연기 활동을 해왔지만 흥행과 호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팬들에 가까이 다가온 건 전지현에게 있어 꽤나 눈에 띄는 변화다. 작품 흥행 성적이 신통치 않았던 적이 많았고 연기력 역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 적도 많다. 스크린이 아닌 TV에서 그를 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 언론이나 방송과의 스킨십은 최대한 자제하는 편이었다. 안정적으로 꾸준히 활동했던 건 광고 시장뿐. 본업인 연기 활동보다 CF 모델로서의 활약상이 압도적이었다. 때문에 CF퀸으로 불렸지만 이는 반대로 족쇄가 되기도 했다. 혹자는 '인상적인 연기보다 인상적인 비주얼로 광고나 찍어 먹고 사는 연예인'으로 치부하기 까지 했다.

그러나 올 한해 전지현의 행보는 완전 딴판이다. 특히 4월에는 유명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씨의 외손자 최준혁과 웨딩마치를 울려 세간을 놀라게 했고 8월에는 오래도록 몸 담았던 소속사를 나온 후, 함께 일해왔던 매니저와도 다시 결별하며 '완벽한 독립'을 이뤘다. 새로운 둥지에서 새로운 스태프와 호흡하고 있다. 이러한 '거사'와는 별개로 '도둑들'로 홈런을 날렸고 개봉을 앞둔 영화 '베를린'에도 합류하며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끌어올렸다. 영화 홍보 일정이나 각종 행사에도 빠짐 없이 모습을 드러내 솔직하고도 과감한 입담을 뽐내 눈길을 끌었다. CF퀸 딱지를 떼고 여배우로서, 톱스타로서의 영역을 더욱 확장해가는 모습이다.
함께 작업하는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전지현의 이 기분 좋은 변화는 입소문을 타고 있다. 결혼 후 한층 적극적이고도 친숙한 태도로 일에 임하는 '아름다운 프로'가 되었다는 것. 까다롭고 신비스러운 이미지의 CF퀸으로 머물 줄만 알았던 그는 스스로 날개를 활짝 펼치고 배우로서의 생명력을 연장시키고 있는 느낌이다.
광고계 한 관계자는 "여전히 CF계 섭외 1순위 모델이지만 깐깐하지 않고 소탈한 매력이 넘치는 인물이다"며 "광고주나 스태프의 작은 요구도 귀담아 듣고 여러 번의 재작업도 마다하지 않는다. 마치 신인급 모델처럼 겸손한 태도로 광고 모델로서 최대치의 매력을 보여준다. 누구나 함께 작업하고 싶어하는 최고의 모델"이라고 전지현을 극찬했다.
그런가 하면 '베를린' 촬영 현장을 지켜본 영화 관계자는 "전지현에게는 오랜 둥지였던 예전 소속사를 떠나 독립한 것과 결혼이 분명 터닝포인트가 된 듯 싶다"며 "한층 자유롭고 여유로운 모습이다. 따라서 연기력도 한층 깊이 있고 울림이 있게 됐다. 촬영장에서 그를 보고 있으면 '예전의 전지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성숙한 연기력과 묘한 아우라를 발산한다. '도둑들'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베를린' 속 전지현을 보면 다들 깜짝 놀랄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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