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6차전 완패로 인해 그에게는 더 이상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포스트시즌 7경기 10⅔이닝 평균자책점 0으로 이제는 ‘큰 경기도 강한 투수’의 이미지까지 갖췄다. 올 시즌 최고 계투 요원으로 활약한 좌완 박희수(29, SK 와이번스)는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왼손 계투다.
박희수의 소속팀 SK는 1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0-7로 완패하며 시리즈 전적 2승4패,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2010시즌 이후 2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던 SK의 2012시즌은 그렇게 끝이 나고 말았다.
그러나 예년에 비해 전력이 약화되었다는 평을 듣던 SK에게는 위안거리도 많았던 시즌이다. 특히 뭐니뭐니해도 좌완 계투층이 얇아진 SK에서 마무리 정우람과 함께 팀의 자존심을 지킨 릴리프 박희수의 활약상은 페넌트레이스는 물론 포스트시즌에서도 확실하게 빛을 발했다.

올 시즌 박희수는 65경기 8승 1패 6세이브 34홀드 평균자책점 1.32로 활약하며 좋은 활약 정도가 아니라 사상 최고의 중간계투 요원으로 활약했다. 지난 2006년 삼성 권오준이 세웠던 한 시즌 최다 홀드 기록인 32홀드를 넘어서며 새 역사를 쓴 박희수다. 마무리 정우람의 이두근 부상 때는 임시 마무리로도 활약했고 팔꿈치 통증으로 인해 잠시 전열 이탈했음을 감안하면 더 좋은 성적도 기대할 수 있었다.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돌입 전까지 박희수의 유일한 약점은 바로 큰 경기에서 점차 위력을 잃었다는 점. 지난해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1홀드 평균자책점 3.00으로 나쁘지 않았던 박희수는 롯데와의 플레이오프에서 3경기 2홀드 평균자책점 9.82,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2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15.43으로 점차 불안한 투구를 했던 바 있다.
이번에는 달랐다. 경기 경험은 물론 준플레이오프 없이 플레이오프 직행으로 시즌 동안의 여독을 잠시나마 풀었던 박희수는 롯데와의 플레이오프에서 4경기에서 3홀드 평균자책점 0으로 활약했다. 그 뿐만 아니라 박희수는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도 3경기 1홀드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며 7경기 4홀드 10⅔이닝 무실점으로 위력을 뽐냈다.
지난 10월 31일 팀이 1-2로 석패한 한국시리즈 5차전. 박희수는 7이닝 동안 2실점 1자책으로 분전한 선발 윤희상의 뒤를 이어 8회말 1이닝을 12구 삼자범퇴로 막아내며 팀의 역전극을 바랐다. 그러나 팀은 9회초 무사 3루 절호의 찬스에서 동점에도 성공하지 못한 채 패하며 박희수의 호투에 보답하지 못했다. 팀은 패했으나 박희수는 자기 몫을 확실히 해냈다.
이는 오는 2013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을 앞둔 한국 대표팀에도 큰 호재가 될 전망이다. 올 시즌 최고의 릴리프로 타이틀 홀더까지 된 박희수가 비록 국제경기는 아니었으나 큰 경기에서도 자기 몫을 충실히 해내는 경험과 강심장을 갖췄다는 것을 증명한 한국시리즈였기 때문이다. 최고 140km 후반의 제구되는 직구를 던지는 동시에 서클 체인지업으로도 움직임을 혼동하게 하는 멋진 투심을 던지는 좌완 계투. 대표팀에는 없어서는 안 될 천금 좌완이다.
크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보직에서도 묵묵히 자기 역할을 100% 이상 해낸 박희수. 비록 팀은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으나 한국 야구는 대기만성형 좌완 승리 카드가 될 만한 유력 후보를 찾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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