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6] MVP 이승엽, 초심과 진정성 갖춘 'V리더'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11.01 20: 53

이승엽이 10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봤다. 초심과 진성을 갖춘 'V리더'가 되어 생애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누린 것이다. 생애 첫 한국시리즈 MVP는 그에게 보너스였다.
'국민타자' 이승엽(36)이 한국시리즈에서 불방망이를 폭발시키며 팀의 우승과 함께 MVP에 올랐다. 이승엽은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SK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4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주자일소 싹쓸이 3타점 3루타를 작렬시키며 7-0 완승과 함께 우승으로 포효했다. 삼성은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2연패를 달성했고, 한국시리즈 6경기에서 23타수 8안타 타율 3할4푼8리 1홈런 7타점으로 활약한 이승엽은 당당히 MVP를 차지했다.
지난 2003년 아시아 한 시즌 최다 56홈런 기록을 세운 뒤 일본프로야구로 떠난 이승엽은 지난해를 끝으로 8년간의 일본 생활을 정리하며 복귀했다. 익숙한 파란색 유니폼과 36번의 등번호를 달고 고향팀 삼성으로 돌아온 것이다. 8년의 세월이 흐른 만큼 힘은 떨어졌지만 8년의 일본 생활을 견뎌낸 경험과 인내력은 이승엽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놓았다. 어느덧 베테랑의 향이 났다.

이승엽은 올해 126경기에서 타율 3할7리(6위) 150안타(4위) 21홈런(5위) 85타점(3위) 84득점(3위) 출루율 3할8푼4리(10위) 장타율 5할2리(6위)로 녹슬지 않은 실력을 자랑했다. 시즌 초반 4번타자 최형우의 부진으로 팀이 하위권에서 허덕일 때 이승엽이 중심을 잡아주지 않았더라면 삼성은 그대로 고꾸라졌을 것이다. 류중일 감독은 "이승엽이 없었다면 어쩔 뻔했나"고 안도했다.
단순히 성적이 전부가 아니었다. 10년의 세월이 흐른 뒤 고향팀에 돌아온 그는 어느덧 주장 진갑용에 팀 내 두 번째 고참이 되어있었다. 시즌 초반 호성적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정타를 치지 못할 때에는 덕아웃 한 켠에서 머리를 싸매며 괴로워했다. 삼진을 먹고 화가 난 나머지 삭발을 하며 전의를 불태웠다. 만족을 모르는 그의 진성성을 보며 후배들은 자극받지 않을 수 없었다.
삼성은 지난해 페넌트레이스-한국시리즈-아시아시리즈를 모두 제패한 최강팀이었다. 이승엽의 합류로 삼성의 2연패는 당연하게 여겨졌다. 이것이 이승엽에게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승엽은 페넌트레이스 우승에도 불구하고 "한국시리즈 우승이 남았다"며 초심을 잃지 않았다. 팀 사상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 차지한 2002년 10년 전 짜릿한 9회 동점 스리런 홈런의 기억도 잊었다.
10년만의 한국시리즈 1차전부터 이승엽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1차전 1회 무사 1루에서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선제 결승 투런포로 기선제압에 앞장섰다. 그러나 4차전 뼈아픈 주루 실수를 저질렀고, 삼성은 2연승 뒤 2연패로 쫓겼다. 하지만 이것이 이승엽에게는 더욱 전의를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5차전에서 온몸을 날려 뒤로 빠지는 공을 건져냈고, 6차전에서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싹슬이 3루타를 작렬시키며 어퍼컷 세레머니로 포효했다.
MVP는 공수 양면에서 고참으로서 투혼을 불사른 이승엽의 몫이었다. 기자단 투표 유효 71표 중 47표를 획득, 장원삼(10표) 윤성환(8표) 배영섭(5표) 최형우(1표)를 제치고 당당히 MVP에 올랐다. 시즌 MVP를 역대 최다 5차례를 차지한 그이지만, 한국시리즈에서 받는 MVP는 처음이다. 초심과 진정성을 갖춘 리더에게 주어진 찬사의 MVP 트로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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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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