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크’ 이만수(54) SK 감독의 꿈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아픔을 설욕하려던 이만수 감독의 도전은 또 한 번 삼성이라는 벽을 만나 좌절됐다.
팀에도 다사다난한 시즌이었지만 이는 이 감독에도 마찬가지였다. 이 감독은 지난해 중반 감독대행으로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 1승4패로 패했지만 구단은 이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정식 감독으로서 첫 시즌이었다.
전망은 썩 밝지 않았다. SK는 핵심 불펜 요원이었던 정대현과 이승호가 각각 FA를 통해 롯데로 이적했다. 게다가 고효준 전병두 등 몇몇 핵심 선수들도 부상이나 입대 등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핵심 선발 투수들인 김광현 송은범은 부상으로 시즌 시작을 같이 하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 아퀼리노 로페즈를 퇴출시키는 등 마운드에서는 악재가 쏟아졌다. 때문에 “SK가 예전만큼 강력함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 감독 역시 구설수가 휘말렸다. 초반에는 초보 감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겠느냐는 시선이 이 감독을 싸고 돌았다. 중반 이후에는 특유의 세리머니가 상대를 자극한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이는 김기태 LG 감독의 ‘투수대타작전’을 통해 불거졌다. 때문에 이 감독은 시즌 막판 언행을 자제한 채 불편한 시기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SK는 저력을 과시하며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저력을 과시했다. 선수들의 능력도 뛰어났지만 한 번 믿은 선수들에게 꾸준히 기회를 주며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 이 감독의 리더십도 한 몫을 거들었다. 부진으로 은퇴까지 생각하고 있었던 이호준이 화려하게 부활했고 최영필 박정배 등 갈 곳 없었던 선수들 역시 재기에 성공했다.
다만 포스트시즌에서의 모습은 다소간 아쉬움이 남았다. 이 감독은 “지난해 한 번 경험해 봤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눈에 띄었다.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은 세밀한 부분에서 승패가 갈리는 포스트시즌에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벤치의 민첩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결국 이 감독은 정규시즌의 성과와는 별개로 한국시리즈에서는 패장의 아쉬움을 곱씹었다.
하지만 감독 경력 첫 해에 많은 경험을 해봤다는 것은 ‘지도자 이만수’의 성장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은 확실해 보인다. 물론 과제는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은 이 감독은 선 굵은 야구를 추구한다. 세밀한 작전보다는 적극적인 스윙을 주문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는 그동안 작전야구에 길들어져 있었던 SK를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 이 감독도 현실과 타협하며 올 시즌 두 번째로 많은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이처럼 ‘지도자 이만수’는 아직 해결해야 할 부분이 남아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아직 숙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은 남아있다. 이 감독은 한국시리즈 종료 후 "겨울에 부상 선수들을 잘 추슬러 다음 시즌에는 더 멋진 플레이를 보여줬으면 한다"라며 후일을 기약했다. 그리고 숙제를 얼마나 잘 풀어냈는지는 2013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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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