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외적으로도 팀에 큰 도움이 된 외국인 투수다. 그만큼 절대 대한해협 너머로 뺏길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두산 베어스가 올 시즌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외국인 투수 스콧 프록터(35)와의 재계약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태룡 두산 단장은 1일 일본 센트럴리그팀인 한신 타이거스가 프록터의 영입을 준비 중이라는 일본 언론의 보도에 대해 "프록터는 내년에도 우리와 함께할 것이다"라며 재계약에 대한 뜻을 밝혔다. 지난 10월 31일 일본 는 "한신이 소방수 후보로 올 시즌 두산에서 외국인 최다세이브 기록을 세운 프록터의 영입을 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뉴욕 양키스 시절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에 앞서 등판, 셋업맨은 물론 불펜 마당쇠 노릇을 하며 두산 입단 전부터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졌던 프록터는 올 시즌 57경기 4승 4패 35세이브 평균자책점 1.79를 기록하며 오승환(삼성, 37세이브)에 이어 세이브 부문 2위에 올랐다. 프록터의 35세이브는 지난 2009시즌 한화 소속이던 호주 출신 좌완 브래드 토마스의 31세이브를 넘어 선 국내 프로야구 한 시즌 외국인 마무리 최다 세이브 기록이다.

기교파가 아닌 파워피처라 제구력이 완벽하지 않았고 8개 구단 마무리 투수 중 최다 블론세이브(7개)를 기록한 것은 옥의 티. 그러나 최고 155km의 광속구를 던질 정도로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뛰어난 구위를 보여준 데다 야구 외적으로도 성실하고 착한 성품과 뛰어난 자기관리로 국내 선수들에게도 귀감이 되었다는 점에서 팀 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신 측은 야쿠르트 출신으로 메이저리그 입성까지 성공했던 우완 이가라시 료타(전 양키스)의 영입에 실패할 경우 그에 대비해 프록터 영입에 착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김 단장은 "프록터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라며 프록터에 대한 애정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사실 외국인 선수들의 경우 에이전트 측에서 선수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계약 협상 이전 '그 쪽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노리고 있다'라며 작전을 벌이는 경우도 많다. 프록터의 에이전트인 케니 로저스는 올 시즌이 끝나기 전인 지난 9월 "일본 구단들이 우리 측에 먼저 연락을 하고 있다"라며 두산을 긴장시킨 바 있다.
지난해 15승에 이어 올 시즌 11승을 올린 외국인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와의 재계약이 사실상 확정적인 두산 입장에서는 프록터가 필요한 선수임에 틀림없다. 최근 2010시즌 두산 소속으로 14승을 올렸던 라쿠텐 우완 켈빈 히메네스가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라는 뜻을 밝혔으나 칼자루는 히메네스의 향후 3년 간 국내 보유권을 지닌 두산이 쥐고 있다. 김 단장의 이야기는 두산이 히메네스 복귀보다 프록터와의 재계약 쪽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올 시즌 두산은 취약했던 선발진을 보강하는 데 시즌 전부터 힘썼고 그 결과 노경은과 이용찬이 각각 12승, 10승을 거두며 로테이션 축을 잡는 동시에 팀 컬러까지 확실하게 바꿔놓았다. 맏형 김선우도 전반기 슬럼프를 뒤로 하고 후반기 자기 몫을 했고 5선발 김승회도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팀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80회(1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타선이 터지지 않더라도 경기를 만들어가는 선발진의 두께가 확실히 두꺼워졌다. 두산 측에서 히메네스가 그리 절실하게 생각지 않는 이유다.
반면 팀은 계투진에 아직 마무리 프록터가 필요하다고 간주하고 있다. 검증된 셋업맨 정재훈이 재활을 마치고 돌아올 예정이고 3시즌 동안 수술과 재활로 공백이 있던 이재우도 복귀 예정인데다 선발에서 셋업맨으로 전환한 홍상삼이 뛰어난 활약을 펼쳤으나 팀에서 프록터를 생각하는 비중이 꽤 크다. 구위로 타자를 윽박지르는 능력이 확실한 데다 야구 외적으로도 동료들을 감화시킨 바가 크기 때문이다.
그만큼 김 단장은 "프록터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라며 재계약을 다짐했다. 선수 본인도 "한국 무대에서 뛰면서 사람들의 온정을 느꼈고 감동도 받았다.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러브콜이 온다면 모를까. 기회가 된다면 다음 시즌에도 이 곳에서 뛰고 싶다"라며 한국 무대에서 만족감을 표시했으나 현재는 에이전트 측에서 일본 구단으로의 이적설을 흘리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약을 자신한 두산과 일본 구단의 러브콜. 프록터는 2013년 어느 팀의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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