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풍수', 어떻게 산도둑놈-낮도깨비는 조선왕이 되는가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2.11.02 07: 31

[OSEN=정유진 인턴기자] 산도둑놈에 낮도깨비. SBS 드라마 '대풍수'에 등장하는 이성계의 별명이다. 별명에 걸맞게 그는 걸핏하면 칼을 꺼내들고, 버럭 화를 내다가도 왕의 한마디면 싱글벙글 충성을 맹세한다. 다혈질에 단순무식한 성격. '대풍수'가 그려내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캐릭터는 근엄하고 출중한 면모를 지닌 기존의 이성계에서 많이 벗어나는 모습을 보인다.
지난 1일 방송된 SBS 드라마 '대풍수'에서는 지난 회에서 자미원국을 궁금해 한다는 이유로 역모를 의심받던 이성계가 실은 정말 역모를 일으킬 운명을 타고 났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성계 아버지 묘자리의 풍수와 이성계 본인의 사주가 왕이 될 운명임을 암시한 것.
이날 방송에서 효명(이영범 분)은 공민왕의 명을 받고 이성계가 군왕지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그의 고향으로 함께 내려갔다. 효명에 앞서 아버지의 묘자리에 간 이성계는 그 앞에서 땅을 파고 있던 무학대사(안길강 분)를 만나게 된다. 무학대사는 이성계 아버지의 묘자리가 군왕지지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이성계에게 그냥 평범한 명당이라 둘러대고 이에 이성계는 왕의 오해를 풀 수 있다는 생각에 그저 기뻐한다. 

효명 역시 이성계가 군왕지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지만 정말 범상치 않은 징조라 생각해 공민왕에게는 그것을 숨겨 이성계를 지킨다.
무학대사는 효명과 만난 자리에서 "천덕귀인 월덕기인이 돕는 사주다. 갖출 것은 다 갖추었다"라며 이성계의 사주가 제왕의 사주임을 말한다. 그러나 이성계의 성품을 겪은 효명은 "이성계 장군은 경박하고 예를 모른다"며 과연 그가 풍수와 사주대로 살아갈 수 있을만한 인물인지 의심했다. 그럼에도 둘은 이성계가 자신들이 찾던 새로운 지도자인지 지켜보기로 합의한다.  
이들의 대화와는 대조되게 앞서 이성계는 공민왕의 말 한마디에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동북면으로 떠나 있으라는 왕의 말에 "오로지 전하의 안위만이 소신을 근심거리입니다"라며 불만을 표현했지만 "근묵자흑이니 검은자들이 많은 개경에 있지말고 떨어져 있으라"라는 감언이설에 의심하나 없이 충성을 맹세한 것. 실상은 견제를 받고 떠나는 것이 분명한데도 단순한 이성계는 왕의 말 한마디에 싱글벙글하며 "고려의 충신으로 역사에 길에 남겠다"라며 맹세까지 한다.
틀을 깨는 이성계의 캐릭터는 드라마에 신선함을 부여한다. 또한 전혀 왕 같지 않은 캐릭터가 운명적으로 왕이 되어가는 여정은 '풍수'와 '사주'라는 드라마의 소재를 더 효과적으로 표현해 줄 것으로 보인다. 산도둑놈에 낮도깨비같은 인사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운명을 알아보고 달려드는 돕는자들을 통해 어떻게 제왕의 모습으로 변모하는지, 그 여정을 따라가는 것이 '대풍수'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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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풍수' 방송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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