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명장의 시작인가.
류중일 삼성 감독이 지난 1일 SK를 7-0으로 완파하고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대권을 품에 안은 것이다. 초보감독으로 전임 선동렬 감독이 달성했던 2년 연속 통합우승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는 꿈같은 일을 현실로 만들었다. 작년에는 선동렬 감독이 만들어놓은 토대위에 우승을 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올해는 자신의 색깔을 더욱 진하게 채색했고 세대교체까지 이루면서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명장 류중일이라는 말이 자연스러워졌다.

그러나 우승의 기쁨을 즐기기엔 할 일이 많아졌고 더욱 큰 꿈이 기다리고 있다. 우선 오는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아시아시리즈에 참가한다. 작년 대만에서 소프트뱅크를 꺾고 한국으로는 최초로 우승을 차지해 디펜딩 챔프 자격으로 나선다. 요미우리 혹은 니혼햄을 상대로 정상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
아울러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자동으로 내년 3월 열리는 제 3회 WBC 지휘봉을 잡았다. 시즌내내 현역감독이 아닌 전임감독제를 주장했으나 이제는 어쩔수 없이 자신이 맡아야 한다. 당장 후보를 추려야하고 엔트리 28명을 골라야 한다.
내년 한국은 WBC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1회 대회 4강, 2회 대회 준우승의 우등 성적표를 받았다. 그러나 막판에 번번히 일본의 벽에 부딪혔다. 이번에야말로 일본을 누르고 첫 우승에 도전하는 책무를 부여받았다. 이미 작년 아시아시리즈에서 소프트뱅크를 꺾어 일본킬러의 면모를 보여준바 있어 주변의 기대감이 높다.
그러나 이번 WBC 대회는 녹록치 않다. 자존심을 구긴 미국이 첫 우승을 노리겠다면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 쿠바도 아시아라운드(1~2라운드)에 들어와 4강 티켓을 놓고 쟁쟁한 라이벌로 등장했다. 대만이나 호주도 일본리그와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가세해 전력이 만만치 않다.
최근 한국야구는 선동렬 감독 이후 젊은 명장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 첫 테이프를 류중일 감독이 끊었다고 볼 수 있다. 류 감독은 1일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나는 복장이다"라고 했지만 누구보다도 강한 근성과 승부욕을 갖고 있다. 삼성을 형님 리더십으로 포용해 우승을 차지했듯이 태극마크를 달고 첫 우승을 안길 지 주목된다. 만일 그 꿈이 성사된다면 그에게는 이제 '국민감독'이라는 칭호가 주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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