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
최근 한국 프로야구에서 활약했던 외국인선수들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2010년 KIA 타이거즈에서 활약했던 로만 콜론(33)이 최근 KIA와의 계약과 관련해 전 소속사를 고소했다. 콜론은 2010년 시즌이 끝난 뒤 KIA와의 재계약 협상 과정에서 에이전트와 소속사가 협상 내용의 일부를 속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콜론은 변호사를 통해 "본인과 KIA 모두 재계약을 희망했으나 중간에서 소속사가 의사전달을 제대로 하지 않아 계약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당시 한국에서 8승 7패 평균자책점 3.91을 기록했던 콜론은 재계약이 점쳐지기도 했으나 시기를 놓쳤고 결국 LA 다저스 마이너리그 팀과 계약을 맺었다. 현재까지 콜론은 한국 복귀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콜론 뿐만 아니라 두산 베어스에서 활약한 켈빈 히메네스(32) 역시 한국 복귀를 모색하고 있다. 2010년 14승 5패 평균자책점 3.32로 맹활약한 히메네스는 이듬해 일본 라쿠텐 골든이글스로 이적했다. 하지만 작년 3월 동일본을 덮친 대지진으로 큰 충격을 받았고, 2년 동안 6승 17패 평균자책점 3.35에 그쳤다. 히메네스는 지진에 큰 충격을 받았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곳에서 꼭 다음 시즌에 뛰고 싶다"는 말을 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외국인선수들은 한국에서 계속 뛰기를 희망한다. 팀 당 2명으로 제한되는 보유규정으로 지위가 불안하긴 하지만 일단 실력을 입증하면 미국이나 일본보다 좋은 조건으로 선수생활을 할 수 있다. 구단에서는 외국인선수를 위해 살 곳을 마련해주고 통역이 항상 따라붙어 여러 편의를 봐 준다. 또한 코칭스태프가 외국인선수 지도를 하는 데 있어서 인색하지 않다. 일부 선수들은 한국에서 기량이 더욱 성장하기도 한다. 여기에 뛰어난 한국의 치안도 외국인선수에겐 매력으로 다가온다.
한 외국인투수는 한국을 선호하는 이유로 뛰어난 치안을 꼽기도 했다. 자신의 친구가 술을 마시고 길거리에서 잠이 들었는데, 그 누구도 해를 끼치지 않은 것을 보고 놀랐다는 것이다. "만약 미국이었으면 돈 나가는 건 모두 도둑맞았을 건데 한국은 안전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국이 정말 안전한 곳이라는 걸 실감했다"고 말한 이 선수는 "한국에서 좀 더 뛰고싶은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외국인선수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데는 '임의탈퇴'라는 걸림돌이 있다. 구단이 외국인선수와 계약을 종료하고자 할 때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두 가지다. 하나는 웨이버 공시(방출)다. 이 조치를 취하면 외국인선수는 타 구단과 자유롭게 계약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경우에는 임의탈퇴 조치를 한다. 이렇게 되면 해당 선수는 5년 동안 타 구단과 계약을 맺을 수 없다.
외국인선수 고용규정 제7조 '계약교섭권 보유기간'을 살펴보면 '구단의 외국인 선수 계약교섭권 보유 기간은 계약 년도 12월 31일까지 이다'고 나와 있다. 10조 '재계약'은 '구단은 당해년도 등록선수와 재계약하고자 할 경우 계약년도 11월 25일까지(포스트시즌 경기 중 일 때는 한국시리즈 종료 익일 까지) 재계약 의사를 서면으로 선수와 그의 대리인에게 통지하고 그로부터 24시간 이내에 위원회에 통보하여야 하며, 계약년도 12월 31일까지 계약을 체결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제재규정'에 있다. 11조 '제재규정'은 '이 규정을 위반하여 체결한 계약은 무효이며, 해당 선수의 등록은 5년 동안(당해년도 포함) 말소된다고 되어 있다. 구단의 재계약을 거절하고 해외에 진출한 선수, 구단 사정으로 재계약을 하지 않은 선수도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임의탈퇴는 국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가 이듬해 거액으로 타 구단에 이적하는 걸 막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다. 선수의 이적이 활발하지 않은 국내 리그에서 돈에 따라 외국인선수가 자유롭게 이동한다면 전력 불균형이 심화된다는 게 KBO의 설명이다. 현재로선 임의 탈퇴 외국인선수를 타 구단이 영입하기 위해선 원 소속팀에 양해를 얻거나 트레이드를 통해 교섭권을 얻어야 한다.
그렇지만 각 구단들은 임의 탈퇴가 풀리기까지 필요한 5년이라는 기간이 너무 길다고 호소한다. 모 구단 스카우트 팀장은 "구단들의 권리행사는 필요하지만 5년은 너무 길다. 일단 3년으로 줄이기만 해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될 것"이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외국인선수 품귀현상은 이런 목소리를 더욱 크게 뒷받침 한다. 한 구단 관계자는 올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외국인투수를 놓고 "솔직히 교체하고 싶지만 섣불리 내칠 수 없다. 현지에 나가있는 스카우트들이 선수가 없다고 다들 난리다. 혹시라도 어떻게 될지 몰라 일단은 관망하고 있다"고 말한다. 가뜩이나 외국인선수가 없는데 5년이라는 기간은 너무 길다는 게 대체적인 목소리다.
히메네스, 콜론을 비롯해 수많은 외국인선수들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길 희망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임의 탈퇴'라는 벽이 그들을 가로막고 있다. 규정 완화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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