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류중일(49) 감독은 11월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을 앞두고 "팬들은 치고받는 빅볼을 선호하지만, 야구는 빅볼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번트를 대면 스몰볼이라고 하는데, 공격과 수비가 다 잘 되는 게 스몰볼"이라며 "번트, 히트앤드런, 한 베이스를 더 가기 위한 베이스러닝, 한 베이스를 안 보내기 위한 수비 등 기본적인 스몰볼이 바탕이 돼 있어야 이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올 정규시즌 8개 팀 중 보내기번트=희생타가 많은 순위는 ① KIA(132개) ② SK(118개) ③ 롯데(107개)이며 삼성은 91개로 7위이고 LG가 80개로 가장 적었습니다.

번트가 세 경기에서 두개 꼴로 작전을 편 류중일 감독이지만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에서는 선취점을 먼저 뽑는 팀이 유리하므로 자신도 기회가 생기면 번트를 시도하겠다며 스몰볼을 적극 찬성한 모양입니다.
5차전까지 3승2패로 앞섰던 삼성은 이날 1회초 선두타자 배영섭이 좌전안타를 치고 나간 다음 2번 정형식은 바로 보내기번트 자세를 취했습니다.
그러나 SK 수비진이 전진수비를 펼치자 정형식은 번트를 대려다가 강공으로 나가는 페이크 히트(Fake Hit)또는 페이크 번트(Fake Bunt)로 바꾸어 배트를 크게 휘둘렀고 타구는 크게 원 바운드가 되면서 앞으로 달려들던 3루수 최정의 키를 넘어 좌전안타가 됐으며 1루주자 배영섭은 3루까지 내달려 무사 1, 3루의 좋은 기회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1사후 4번 최형우가 중견수가 머리 위에서 잡는 큰 희생플라이를 때려 선취점을 뽑았습니다.
무사 1루 기회에서 번트를 시도하다가 타자와 상대 수비를 고려해 강공작전을 편 게 적중한 것입니다.
노아웃에서 선두타자가 안타나 볼넷, 상대 수비 실책으로 1루에 나갔을 때 다음 타자가 번트를 시도하는 경우는 몇 차례나 있는 지, 강공으로 정면 대결을 벌이는 경우는 얼마나 되는 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알아보겠습니다.
또 번트로 득점에 연결된 성공 확률이 얼마인 지, 강공을 펴서 득점에 성공한 확률은 얼마인지도 살펴보겠습니다.
롯데-두산의 준플레이오프 5차례 경기에서 노아웃에 타자주자가 1루에 나간 경우는 21번 있었고 SK-롯데의 플레이오프 다섯번 경기에서는 23번, 삼성-SK의 6차례 경기에서 21번 나와 총 65번 무사에 주자가 출루했습니다.
65번 기회에서 강공을 펼친 경우는 총 43회인데 이중에는 번트를 시도하다가 실패하고 어쩔수없이 방망이를 휘두른 사례도 8번 있었습니다.
그리고 번트를 처음부터 시도해 성공한 경우는 22회입니다.
하여간 번트로 주자를 2루에 보낸 22회에서 득점으로까지 성공한 경우는 10번으로 확률은 45%입니다.
반면 강공을 편 43회 중 득점으로 연결된 경우는 22번으로 확률은 51%입니다.
일반적으로 무사 1루에서 일단 번트로 주자를 2루에 보내면 점수를 내기 쉬울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메이저리그 팀들은 번트작전을 우리에 비해 3분의 1 정도밖에 구사하지 않습니다.
물론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내셔널리그는 많이 사용하지만 타자가 투수가 아닌 상황에서는 자주 나오지 않습니다.
메이저리그 팀들은 연간 팀당 162게임에서 평균 39개의 희생번트를 기록합니다.
투수들이 타석에 들어서지 않는 아메리칸리그에서는 팀당 평균 희생 번트 수는 고작 26개밖에 되지 않습니다.
선진야구를 하고 있다는 메이저리그 감독들이 보내기 번트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득점할 확률이 낮아서입니다.
메이저리그 통계를 보면 지난 10년 동안 노아웃 상황에서 주자가 1루에 나갔을 때 득점할 확률은 44%였습니다.
하지만 원아웃 주자 2루 상황에서 득점 확률은 41%밖에 되지 않아 굳이 번트로 주자를 2루에 보낼 필요가 없으며 아웃 카운트 하나를 절약하겠다는 작전입니다.
메이저리그의 무사 1루시 득점 확률이 44%인데 비해 이번 국내 포스트시즌의 무사 1루에서 득점 확률이 65회 중 32번으로 49%인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득점 확률이 약간 높습니다.
국내 정규시즌 무사 1루에서 득점 확률은 통계를 잡지 않아 비교가 어렵지만 아마도 포스트시즌엔 타자들의 집중력이 보다 강해서 득점 확률이 조금 높은 게 아닌가 여겨집니다.
올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뉴욕 양키스-볼티모어 오리올스의 1차전에서 2-2로 팽팽한 8회말 볼티모어는 선두타자 2번 하디가 양키스 선발 사바티아를 상대로 2루타를 때려 찬스를 잡았습니다.
우리 같으면 당연히 3번타자라 해도 보내기번트를 시켰겠지만 강공을 펼치다가 결국 한점도 뽑지 못하고 도리어 9회에 양키스가 5점을 얻어 7-2로 승리했습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볼티모어의 벅 쇼월터 감독에게 기자들은 8회 말 무사 2루에서 왜 보내기번트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은 전혀 하지 않고 6개 질문을 던졌는데 대부분이 시즌내내 잘 던진 짐 존슨이 9회에 무너진 이유가 무언지를 집중적으로 물었습니다.
강공을 택할 이유는 3번 애덤 존스에게 최소한의 진루타였습니다. 메이저리그의 불문율‘강타자에게는 번트를 시키지 마라’에 따른 것입니다.
국내 최초의 메이저리그 출신의 외국인 사령탑인 롯데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처음에 왔을 때 그는 중심타자에게 번트를 시키지 않았습니다.
특히 카림 가르시아에겐 번트를 전혀 구사하지 않고 강공 일변도로 나갔습니다. 로이스터 감독은 "가르시아, 번트 시키려고 데려오지 않았다" 고 지도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야구에 적응하면서 로이스터 감독도 심정이 바뀌어 2009년 포스트시즌을 앞두고는 "가르시아도 번트를 댈 수 있다." 고 했으나 실제로 가르시아는 롯데에서 3년간, 한화에서 1년간 한 차례도 보내기번트를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강공을 선택했다고 득점에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어도 노아웃 주자 1루 상황에서 보내기 번트 작전으로 주자를 2루에 보내는 것이 생각하는 만큼 좋은 작전은 아닙니다.
번트보다는 이번의 삼성 정형식이 보여준 것처럼 페이크 히트를 보다 많이 연습해 작전을 펴는 게 어떨까 합니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8개 구단의 번트는 역대 가장 많이 기록됐습니다. 822개가 쏟아져 최다를 기록했던 2006년의 806개에 비해 늘었습니다.
지난 10년간 페넌트레이스에서 번트가 가장 적었던 해는 2008년의 521개였고 10년 평균 연간 709개였는데 100개 이상이 증가한 것입니다.
그동안 번트작전을 가장 많이 구사한 사령탑은 현대 유니콘스→LG 트윈스의 김재박 감독으로 2003년과 2004년, 2006년, 2008년에 8개 팀중 1위를 기록했고 SK의 김성근 감독은 2009~2011년 3년간 가장 많았습니다.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