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범-채병룡, 고개 숙일 필요 없는 이유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1.03 10: 02

기대했던 만큼 아쉬움도 진했다. 그러나 고개를 숙일 필요는 없다. 내년에도 야구는 계속되고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이들이 해야 할 일은 많다. SK 마운드의 팔방미인들인 송은범(28)과 채병룡(30)의 이야기다.
SK는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0-7로 지며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머물렀다. 무엇 하나 잘 된 것이 없는 완패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뼈아팠던 부분은 송은범 채병룡의 계투작전 실패였다. SK는 위기를 넘기지 못했고 승부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4회 선발 마리오가 박석민에게 2점 홈런을 허용하고 무너지자 SK는 송은범과 채병룡을 연이어 소방수로 올렸다. 추가 실점을 막는 것이 이들에게 주어진 특명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 송은범은 주자를 모았고 채병룡은 이승엽에게 싹쓸이 3루타를 허용했다. ‘1+2’도 소용없었던 악몽의 4회였다.

하지만 이들을 비난하는 팬들은 없다. 두 선수의 활약이 없었다면 SK의 한국시리즈는 6차전까지 가지 못했을 수도 있다. 채병룡은 팀이 위기에 몰렸던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추가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역전의 발판을 놨다. 송은범도 한국시리즈 3·4차전에서 완벽한 투구내용으로 팀 승리의 징검다리 몫을 해냈다. 정상적이지 않은 몸 상태임에도 경험과 투혼을 앞세워 팀에 공헌했다.
두 선수 모두 어려움이 많았던 시즌이었다. 송은범은 시즌 전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시즌 중반 복귀했지만 다시 통증이 도져 한 달을 쉬기도 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었다. 공익근무를 마친 채병룡은 몸을 완벽하게 만들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시즌 출발도 시즌 중반인 7월 이뤄졌다.
그러나 시즌 막판 선발진을 굳게 지키며 SK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송은범은 9월 5경기에서 3승을, 채병룡은 6경기에서 2승을 따냈다. 두 선수의 가세로 시즌 내내 고전했던 SK의 선발 로테이션에 숨통이 트였다. 4위까지 처졌던 SK가 생각보다 빨리 2위를 확정지을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내년에 대한 기대치도 커지고 있다. 누가 뭐래도 SK 마운드의 핵심을 이뤘던 선수들이다. 정상적인 컨디션을 찾는다면 팀 선발진을 이끌어나갈 기둥이 될 수 있다. 어깨와 팔꿈치 모두가 좋지 않았던 송은범은 휴식의 시간을 벌었다. 채병룡은 좀 더 완벽한 몸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전체적으로 전력 보강 요소가 마땅치 않은 SK지만 어쩌면 가까운 곳에서 큰 힘을 찾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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