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는 있었다. 그러나 SK에는 없었다. 그 차이는 2012년 한국시리즈 승패를 갈라놓는 하나의 요소가 됐다. 문제는 이것이 앞으로 두 팀의 차이를 더 벌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바로 젊은 피의 유무다.
두 팀은 리그에서 가장 선수층이 탄탄한 팀으로 손꼽힌다. 주전과 비주전의 기량 격차가 크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두 팀은 리그를 강타한 부상 악령에도 흔들리지 않고 정규시즌을 1·2위로 마쳤다. 하지만 좀 더 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이가 난다. 삼성의 젊은 선수들이 자기 자리를 찾고 있는 반면 SK는 세대교체가 더딘 양상이다.
당장 정형식 이지영 심창민 등 삼성의 신예 선수들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자신의 몫을 다했다. 정형식은 붙박이 2번 타자로 거듭났고 심창민은 삼성 막강 불펜의 한 조각 퍼즐이 됐다. 이미 자리를 잡은 배영섭 김상수까지 합치면 삼성의 세대교체는 조용하면서도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젊은 나이에 큰 경기 경험을 쌓았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더 큰 활약도 기대할 만하다.

반대로 SK의 세대교체는 정체되어 있다. 고인 물이 되고 있다. 물론 절대적인 나이만 놓고 보면 SK도 큰 문제는 없다. 대다수의 주축 선수들이 선수 생활의 정점을 맞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라인업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은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특히 야수진이 그렇다. 3년 전 선발 라인업과 올해 라인업을 비교해 봐도 큰 차이가 없다. 그 선수가 그 선수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부정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우선 주전 선수들이 불가피한 사정으로 이탈했을 때 전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올 시즌 SK 타자들이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을 때 이를 보완해준 새로운 피는 없었다. SK가 시즌 중반, 그리고 한국시리즈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하나의 원인이다.
한편으로는 기존 선수들의 동기부여도 문제가 된다. 대개 “내 자리는 확실하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기량은 퇴보하기 마련이다. 각 팀이 경쟁을 부추기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그리고 경쟁은 인위적이 아닌 자연스러울 때 그 효과가 배가된다. 하지만 근래 들어 SK에서는 건전한 경쟁 구도가 사라진 지 오래다. 김광현과 최정 이후 걸출한 신인의 계보도 뚝 끊겼다.
SK의 주축 선수들은 지난 6년간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며 ‘팀 SK’라는 왕조를 만들어냈다. 그 저력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충분히 증명된 명제다. 그러나 이 선수들이 영원히 SK를 이끌어갈 수는 없다. 지난 영광의 6년을 되새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의 6년을 그리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 작업을 게을리 한 왕조들은 모두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야구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것은 없다. SK라는 왕조가 기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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