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의 포스팅 금액으로 전 소속팀 세이부 라이온스는 구장 편의 시설 확충 및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베테랑 좌완을 수혈하며 포스팅 이익금을 사용했다. 그리고 그 팀은 2년 후 퍼시픽리그와 일본시리즈 제패에 성공하며 포스팅 금액을 알차게 사용한 전례를 보여줬다. 에이스 류현진(25)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허락한 한화 이글스가 과연 ‘류현진 특수’를 누릴 수 있을 것인가.
한국야구위원회(총재 구본능)는 지난 2일 “한화 구단의 요청에 따라 MLB 사무국에 좌완 류현진을 MLB 30개 구단에 포스팅해줄 것을 요청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MLB 사무국은 포스팅 후 4일(토, 일요일 제외) 이내에 최고액을 응찰한 구단을 KBO로 통보하게 되며 KBO는 한화의 포스팅 금액 수용 여부를 MLB 사무국에 4일 이내 알려주게 된다.
만약 한화가 최고응찰액을 수용하면 최고액을 응찰한 MLB 구단은 류현진과 1개월간의 독점계약 교섭권을 갖게 되며 한화 구단이 응찰액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류현진의 공시는 철회된다. 따라서 늦어도 12월 안에는 류현진의 다음 시즌 행선지가 어느 곳이 될 지 결정될 것으로 보여진다. 현재 류현진에 대해 추신수의 소속팀인 클리블랜드는 물론 텍사스, 피츠버그 등 10개 구단 이상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류현진의 포스팅 금액을 한화가 수용하고 류현진의 다음 행선지가 메이저리그 구단으로 결정될 경우 한화는 이 금액을 어떻게 가치 있게 써야 할 지 곰곰이 생각하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아직 한화 측에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그에 대한 책략은 확실히 세워둬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 6년 전 에이스 마쓰자카를 포스팅 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시킨 세이부의 전례는 한화가 본받을 만 하다.
마쓰자카를 보내며 세이부는 포스팅 금액 5111만 1111달러 11센트를 받았다. 우리나라 돈으로 약 579억원이며 당시 엔화로 약 60억엔이었다. 당초 3000만달러 정도로 포스팅 금액을 예상했던 세이부 구단은 이 결과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세이부는 당시 매년 20억엔 가량의 적자를 낸 데다 모기업마저 경영난을 겪어 어려운 시기였기 때문. 법인세 40%를 제하고서도 세이부에 36억엔 안팎의 거액이 돌아가는 남는 장사였다.
이 금액을 세이부는 먼저 팬들을 위한 투자로 사용했다. 홈 구장인 세이부 돔은 사실 도코로자와 구장에 그저 뚜껑만 덮은 듯한 설계로 인해 비닐하우스 온실 효과를 내던, 특히 여름에 팬들과 선수들에게 곤욕을 안기던 구장이었다. 세이부는 노후화된 안방을 좀 더 윤택하게 하는 데 이 금액을 사용했다.
2007시즌 퍼시픽리그 5위(66승 2무 76패)에 그친 세이부는 그해 세밑 마쓰자카 포스팅 금액의 남은 돈을 FA 시장에서 야쿠르트 좌완 이시이 가즈히사(39)를 잡는 데 사용했다. LA 다저스-뉴욕 메츠 등에서 메이저리그 경력을 갖춘 이시이는 이적 첫 해 11승 10패 평균자책점 4.32를 기록하며 팀의 퍼시픽리그 및 일본시리즈 제패에 공헌했다. 세이부의 자금난을 해결했을 뿐만 아니라 팬 편의 시설을 확충하고 좌완 선발까지 수혈하며 재도약 성공에도 힘을 준 마쓰자카 포스팅이었다.
가뜩이나 허약한 전력에서 한화가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돕는다는 것은 당장 봤을 때는 전력 약화가 예상되는 일이다. 그러나 한화는 그 대신 거액을 쥘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류현진 포스팅 금액을 통해 안방 대전구장을 찾는 팬 마케팅에 이 돈을 쓸 수 있고 무엇보다 공격적인 FA 선수 영입을 통한 전력 보강도 꾀할 수 있다.
물론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한화의 기대치에 맞는 금액이 나오는 것이 우선이다. 기대감과 달리 메이저리그 구단 간의 경쟁이 냉각화된다면 류현진의 포스팅 금액도 기대치를 밑돌 수 있기 때문. 그러나 메이저리그 시장에서도 최근 3~4년 간 좌완 시장은 이전에 비해 척박한 편이었다. 군침을 흘리는 구단도 분명 있는 만큼 ‘류현진 포스팅’은 승산 있는 경쟁이다. 만약 원하는 금액을 얻는다면 한화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답은 6년 전 세이부의 전례에 있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