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곤, 지도자로서 황혼? 현재가 최고 '전성기'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2.11.03 07: 17

황혼이 아닌 전성기다.
김호곤(61) 울산 현대 감독은 K리그 최고령 감독이다. 1983년부터 울산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했으니 지도자 경력만 무려 30년이다. 그가 현재 지도하고 있는 이근호(27)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시점이고, 연세대 감독 시절 가르쳤던 대학생 최용수(39)는 어느덧 감독으로 성장, FC 서울의 사령탑이 돼 팀을 K리그 1위로 이끌고 있을 정도다.
오랜 시간을 달려왔다. 선수 생활까지 포함하면 축구계에 44년 동안 몸을 담고 있었던 것. 김 감독은 "지금까지 40년 이상 축구를 보고 왔다. 거의 쉰 해가 없다. 1년 정도 무직이었던 것을 제외하면 계속 이어져 온 셈이다. 축구인으로서 즐거웠고, 행복한 해를 계속 보냈다. 축구는 내 인생 모든 것"이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자신이 지도하던 선수들의 성장을 지켜보면 뿌듯도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이번 시즌을 치르면서 생각이 많아졌다는 김 감독은 "40년 이상을 앞만 보고왔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으로 돌아가는 것도 잘 모르고 다른 생활을 한 적이 없기도 하다. 특히 가족들에게 매우 미안하다. 흔한 가족 여행을 간 적도 드물다"고 밝혔다.
그만큼 주변에서는 김호곤 감독의 지도자 생활이 황혼에 접어 들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당시 코치로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 감독으로서 업적을 쌓은 만큼 그의 지도자 인생을 높게 평하는 이도 많다. 특히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한국을 사상 첫 8강에 올리기도 했다. 이는 홍명보호가 2012 런던 올림픽 4강을 달성할 때까지 깨지지 않는 기록이었다.
하지만 김호곤 감독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보다 현재가 더 떨린다고 한다. 오는 10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서 열리는 알 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와 '2012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때문이다. 김 감독은 "지도자 생활을 시작 이후 가장 큰 대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4강 2차전에서도 긴장을 많이 했다"며 "월드컵 때보다 더 심해서 화장실을 자주 들락날락 거렸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김호곤 감독의 챔피언스리그에 대한 집중도는 남다르다. 자신의 추후 행보도 고려하지 않을 정도다. 올해로 울산과 계약이 만료됨에도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오직 알 아흘리와 결승전에 집중하고 있다. 김 감독은 "아직 결승전 외에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단지 축구 인생에서 가장 멋있는 장면을 만들고 싶을 뿐이다. 진정으로 이루고 싶다"며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불태웠다.
김호곤 감독의 우승 욕망은 40대 감독들의 것보다도 더욱 강했다. 도저히 황혼에 이른 지도자의 모습으로 생각할 수가 없었다. 전성기를 구분하는데 있어 나이를 제외한다면, 김호곤 감독의 전성기는 지금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음에도 팀을 리그컵 우승으로 이끌었고, 리그 6위에 머물렀던 팀을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린 지도력은 누구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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