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해리슨의 엔터~뷰 (Enter-View)] 열일곱 살 소녀 이하이의 기세가 무섭다. 10월 29일 가요계 정식 데뷔 곡 ‘1,2,3,4’가 발매되자마자 대부분 음원 사이트 일간 차트 정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슈퍼스타K”를 통해 배출된 허각•버스커버스커등 남성 가수들이 두드러진 활약에 비해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여성 가수들의 성적은 상대적으로 좋지 않았다.
여성 우승자를 탄생시켰던 “K-Pop 스타”의 박지민과 백아연, “보이스 코리아”의 손승연 등이 신곡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가수로서의 활동을 펼쳐나가는 동안 이하이는 같은 소속 사 선배 에픽하이의 첫 번째 싱글 ‘춥다’란 곡에서 보컬 피처링으로 참여, 에픽하 이가 오랜 공백기를 딛고 각종 음원 차트 1위를 하는데 큰 몫을 담당하기도 했다. 내놓으라 하는 인기 가수들의 신곡과 결승전을 향해가고 있는 “슈퍼스타 K4” 결선 참가자들의 경연 곡, 기존 오디션 및 경연 프로그램 발표 곡 등 치열한 경쟁이 매일 펼쳐지는 가요 음원시장에서 ‘1,2,3,4’가 연일 차트를 석권하는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우선 현재 전세계 대중 음악에서 선호하는 트렌디한 음색을 이하이가 지녔다는 것이다. 5~70년대를 풍미했던 소울 음악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네오 소울(Neo Soul)’ 사운드를 구사하는 영국 출신의 실력 있는 여성 아티스트들이 연이어 등장하게 되는데, 조스 스톤(Joss Stone)•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더피(Duffy)등 ‘네오 소울 여성 뮤지션’들은 영국뿐만 아니라 까다로운 미국 시장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고 우리나라 팝 음악 팬들에게도 각인될 수 있었다.마침내 후배 가수 아델(Adele)에 의해 2011년 팝 음악계가 ‘아델 천하’가 된 이후, 픽시 롯(Pixie Lott)•레베카 퍼거슨(Rebecca Ferguson)•에밀리 산데(Emeli Sandé)이 계보를 잇고 영국의 ‘네오 소울’ 여성 팝 스타로 등극 전세계 팝 음악계의 주요한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여성 참가자들의 주요 레퍼토리가 ‘네오 소울’로 치우칠 수 밖에 없는 이유였고, 그 가운데 평범하지 않은 목소리로 심사위원과 시청자들을 유혹시킨 참가자가 바로 이하이였던 것이다. ‘네오 소울’ 음악은 당분간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더피의 ‘Mercy’를 소름 끼치게 잘 부르던 한 소녀의 잠재력을 어떻게 발전시키느냐에 따라 한국은 물론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YG엔터테인먼트의 치밀한 마케팅 전략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개성이 강한 ‘이하이의 보컬’이 소울•알앤비와 같은 특정 장르에만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각인시키기 위해, 힙합 트리오 에픽하이와의 콜래보레이션을 솔로 곡 발표 이전 시도한 전략이 적절한 시점에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듯 하다. 더욱이 일렉트로니카 음악에 장점을 갖고 있는 빅뱅•2NE1등 YG엔터테인먼트 선배 팀들과의 향후 음악 작업도 염두에 두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후발 주자에 해당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여성 가수 중 현재까지 가장 성공적인 결과를 얻고 있는 이하이. 아델이 열 아홉 살에 “19”이란 앨범을 발표하고 ‘팝 음악계 최고 스타’가 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처럼, 이제 막 가요계에 첫 발을 내 디딘 동료 새내기들과 ‘아름답고 뜨거운 경쟁’을 통해 진정한 ‘K-Pop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해리슨/대중음악평론가]osensta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