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11월은 극장가 비수기 중 하나로 꼽힌다. 굵직한 대작들이 추석 시즌과 12월에 개봉하며 11월은 중소 규모의 영화나 대작과의 경쟁을 피한 작품들이 주로 상영돼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이 기간에 흥행작이 줄줄이 쏟아져나와 성수기와 비수기의 구분이 점차 무의미해고 있다.
올해도 이런 현상은 마찬가지일 듯 하다. 특히 올해 11월은 자주볼 수 없는 명작 판타지들이 눈에 띈다. 이미 지난 달 31일 개봉한 '늑대소년'이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외화에서도 기발한 상상력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할 만한 판타지 작품들이 선보인다.
오는 8일 개봉하는 '업사이드 다운'은 11월 가장 기대받은 외화로 손꼽히고 있다. 예고편에서부터 관객들을 사로잡은 이 영화는 '인셉션'의 멜로 버전이라 부를만큼,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화면과 그 속에 녹아든 멜로가 과학적이면서도 감상적인 판타지를 보여준다. 위아래가 나뉜 세계라는 상상은 발상의 전환을 불러왔고, 이제껏 관객들이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스펙터클이 이 영화를 통해 실현된다.

2001년 단편영화 '머리없는 남자'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며 그 천재성을 인정받은 후안 솔라나스 감독은 '업사이드 다운'에서 본인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을 마음껏 풀어놓는다. 세상이 반으로 접힌 듯, 상부세계와 하부세계가 나뉘었다는 설정. 이런 상상력을 비주얼로 도운 것은 미술 감독이다.
영화 '인타임', '왓치맨', '찰리와 초콜릿 공장',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 창의적인 작품세계를 선보여 온 프로덕션 디자이너 알렉스 맥도웰과 영화 '300' 등으로 독창적이고 강렬한 판타지 비주얼을 선보였던 미술감독 이자벨 과이가 함께 했다.
서로 다른 중력의 힘으로 나눠진 각기 다른 두 세계의 남녀는 우연히 만나 서로 사랑하게 되고, 어긋난 우주불변의 법칙에 저항하는 아담과 에덴은 자신들만의 유코피아를 찾기 위해 온갖 고난과 역경을 겪는다.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이중 중력'으로 생긴 에피소드나 설정들이 기발함을 넘어 신기함까지 안겨준다.
한 사람은 땅 위에서 다른 한 사람은 하늘 위에 매달려 회의를 하는 모습이나, 하부세계의 아담이 상부세계에 침입해 화장실에서 본 소변이 천장으로 흐르는 모습, 오직 사랑하는 사람을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한 시간 정도가 지나면 타버리는 평형추를 온몸에 달고 돌진하는 아담의 모습, 아담과 에덴이 둘 만의 비밀의 숲에서 끝없이 '뒤집기'를 하며 나누는 키스 등이 진기한 볼거리와 함께 판타지 영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키스메이커' 커스틴 던스트와 '영국 훈남 라이징스타' 짐 스터게스가 주연을 맡았다. 11월 '늑대소년', '브레이킹 던-파트 2'와 함께 판타지 3부작으로도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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