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마운드의 '맏형' 정현욱(삼성 투수)이 FA 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생애 첫 FA 자격을 얻게 되는 정현욱은 FA 투수 가운데 가장 상품 가치가 높다.
대기만성형 스타 정현욱은 2008년부터 줄곧 삼성 필승조를 지켰다. 2009년 5월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의 1군 엔트리 말소를 제외하면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며 팀내 투수 가운데 가장 꾸준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국민 노예'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지난해 홀드 부문 2위에 올랐던 정현욱은 올 시즌 54차례 마운드에 올라 2승 5패 3홀드를 기록했다. 얼핏 보면 작년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여전히 위력적인 투구를 과시했다. 직구 최고 153km까지 스피드건에 찍혔고 평균자책점도 3.16에 불과했다.

투수 출신의 한 해설위원은 "정현욱의 구위는 작년과 다를 바 없다. 등판 상황이 예전과 달라 동기 부여가 되지 않았던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홀드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은 분명히 차이가 날 수 있다"면서 "그리고 정현욱은 던지면 던질수록 구위가 살아나는 스타일이다. 믿고 맡기면 얼마든지 이름값은 할 선수"라고 평가했다.
기량 뿐만 아니라 팀 캐미스트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1996년 데뷔 후 끊임없는 노력 끝에 스타 반열에 오른 그는 삼성 마운드의 정신적 지주다. 정현욱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삼성 마운드의 기둥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그만큼 그가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어디 하나 흠잡을데 없다.
삼성 투수들의 컨디셔닝을 담당하는 코야마 진 트레이닝 코치는 "정현욱이 운동장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자신만 생각하는게 아니라 투수 전체를 본다. 보는 시야가 넓다고 해야 할까. 정현욱 덕분에 훈련 분위기도 아주 좋다. 트레이닝 코치 입장에서도 고마운 부분"이라고 호평하기도 했었다.
정현욱은 삼성 잔류를 희망하고 있다. 데뷔 후 줄곧 뛰었던 팀에서 선수 생활을 마치는 게 그의 바람. 하지만 계약 조건에 차이가 있다면 타 구단 이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현욱과 한솥밥을 먹었던 일부 사령탑은 구단 측에 정현욱 영입을 강력하게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기량 뿐만 아니라 팀 분위기 쇄신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현재 4,5개 구단에서 정현욱의 영입을 적극 검토 중이다.
정현욱을 비롯해 오승환, 장원삼, 윤성환, 안지만 등 삼성의 주력 투수들은 올해부터 줄줄이 FA 자격을 얻을 예정. 첫 번째 주자 정현욱의 FA 계약은 잣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선수들도 "현욱이형의 계약 내용에 따라 우리들의 대우도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30대 중반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나이를 언급한다면 흠잡기 위한 꼼수일 뿐. 체력 만큼은 20대 투수와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국민 노예' 정현욱이 FA 잭팟을 터트리며 그동안의 노고를 보상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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