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윤건이 케이블채널 엠넷 ‘슈퍼스타K4’(이하 슈스케4) 심사위원으로 활약하며 전문가의 눈을 잃지 않으면서도 따뜻한 조언으로 살얼음판 같은 생방송 경연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윤건은 ‘슈스케4’가 지난달 생방송 경연을 시작할 때부터 이승철, 윤미래와 함께 심사위원으로 활약했다. 기존 심사위원이었던 싸이가 해외 진출로 자리를 비우며 윤건과 바통터치가 이루어졌지만, 그의 안목과 심사평은 대체 심사위원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슈스케4’ 생방송에서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낸다.
지난 2일 경연에서 윤건은 김건모의 ‘서울의 달’ 무대를 꾸민 로이킴에게 매회 다른 무대로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는 모습을 칭찬하며 “옷을 많이 입어 본 사람이 잘 입더라”는 말과 함께 “데뷔해서도 좋은 경험이 될 거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또한 딕펑스가 꾸민 포미닛의 ‘MUZIK’ 무대에 대해서는 “클럽에 안 간지 꽤 됐는데 오랜만에 금요일 밤 클럽 가고 싶다”는 평을, 유승우가 꾸민 제이슨 므라즈의 ‘Butterfly’ 무대에는 “새로 산 사양 좋은 컴퓨터처럼 잘 돌아갔다”는 평을 하며 적절한 비유를 통해 참가자들에 대한 자신의 감상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아쉬운 무대를 꾸민 참가자들에 대해서는 정확한 지적을 잃지 않았다. 윤건은 홍대광이 부른 토이의 ‘뜨거운 안녕’ 무대에 대해 “자신의 장점인 쭉쭉 뻗어나가는 고음 잘 살리지 못했다”고 꼬집었고, 김정환이 부른 신중현의 ‘아름다운 강산’ 무대에 대해서는 “라이트하면서도 소울풀한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가서 쏟아 부은 느낌”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날 가장 빛을 발한 건 정준영의 무대에 대한 윤건의 평가였다. 정준영은 이날 봄여름가을겨울의 ‘아웃사이더’를 선곡하며 록에 대한 의지를 일관되게 고수했다. 안정된 길로만 간다는 지적과 함께 변화가 필요하다는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그간의 경연 동안 지적돼 왔음에 록 장르를 선택한 정준영에 대해 윤건은 “‘먼지가 되어’ 때 본 진지함과 실력을 오늘 다시 봤다”고 평했다. 뮤지션의 개성과 이를 고수하려는 고집에 대한 긍정으로 읽히는 대목으로, 가창실력에 대한 절대적 평가가 전부일 수 없는 음악이라는 영역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 심사위원이기에 가질 수 있는 태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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