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즈 V6 영광의 스토리] (1) '왕의 귀환' 이승엽의 화려한 복귀 무대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2.11.03 12: 30

아마도 3년 전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나 한국갈까". 2004년부터 일본 무대에서 뛰었던 이승엽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국내 무대 복귀를 갈망했습니다. 당시 기자는 "힘내요"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고요. 국내 무대에 복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니까요.
시간이 지날수록 고국을 향한 그리움은 더욱 진해졌습니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그는 휴대 전화 뿐만 아니라 메신저, 페이스북 등 온라인을 통해 지인들과 연락을 나누며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일종의 향수병이었죠.
일본 생활에 점점 지쳐가는 그에게 한 줄기 햇살이 찾아 들었습니다. 경북고 선배인 류중일 감독이 삼성의 13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이승엽의 국내 무대 복귀는 꿈이 아닌 현실로 이뤄졌습니다.

류 감독은 지난해 2월 19일 오릭스와의 연습 경기를 앞두고 이승엽에게 한 마디를 건넸답니다. "삼성 올래?" 이승엽이 그토록 기다렸던 한 마디였습니다. 류 감독은 이승엽의 복귀에 관한 물음마다 "데려오고 싶다"고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죠.
이승엽은 9월 중순 국내 무대 복귀를 결심하게 됩니다. 당시 그는 "팀을 위해 싸워야 하는데 언제 부턴가 '나만 잘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목표 의식도 서서히 줄어 들었다. 국내 복귀 후 홈런을 때리면 정말 마음 속에서 우러나와서 세리머니를 할 것 같다. 누가 시키거나 의도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나올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삼성 또한 이승엽의 복귀 선언을 반기면서도 입단 계약은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서로의 마음은 잘 아니까요. 이승엽은 파란 유니폼을 다시 입게 된 뒤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다시 뛰게 돼 행복하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습니다. 꿈만 같은 국내 무대 복귀라고 할까요.
사실 선수단 내부에서는 '국민타자' 이승엽의 복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함께 뛰고 싶었던 선수들도 있는 반면 팀 분위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기우에 불과했죠. 이승엽은 따뜻한 마음으로 후배들을 감싸 안았습니다.
실력과 인성 모두 만점인 그는 라커룸의 진정한 리더였답니다. 20대 초반의 훈련 보조 요원들도 "승짱 선배님"이라 부르며 격의없이 다가갔습니다. 팀내 선수 가운데 가장 먼저 야구장에 와서 개인 훈련을 소화하는 등 이승엽의 모든 행동은 살아있는 교과서와 다를 바 없었답니다. 류 감독이 기대했던 '이승엽 효과'가 바로 이런 것이었답니다.
10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참가한 이승엽은 찬스마다 결정타를 터트리며 생애 첫 한국시리즈 MVP의 영광을 누렸습니다. 한국시리즈 6차전서 주자 일소 3루타를 터트린 뒤 어퍼컷 세리머니를 선보인 그의 환한 미소를 보면서 잔잔한 감동이 묻어났습니다. 얼마나 원했던 모습일까 싶기도 했죠.
'국민타자' 이승엽의 활약을 지켜보면서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내년에도 대한민국 프로야구를 평정할 이승엽의 멋진 활약을 기대해봅니다.
OSEN 삼성 라이온즈 담당 손찬익 기자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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