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신력 높은 현지 언론에서도 '대한민국 최고투수' 류현진(25·한화)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3일(한국시간) 올 겨울 FA 시장에서 주목되는 선수 50명의 순위를 게재했다. 이 순위에서 포스팅 시스템으로 시장에 나온 류현진이 전체 37위로 선정됐다. 투수 중에서는 전체 20위이며 좌완 투수 중에서는 전체 2위에 올랐다. 그동안 팬사이트에서만 언급된 류현진이지만 미국 현지의 유력 언론에서도 드디어 그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랭킹 50위 안에 든 선수 중에서 비(非) 메이저리그 선수는 류현진과 함께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한 일본인 투수 후지카와 규지밖에 없다. 후지카와가 전체 30위에 올랐고, 류현진은 37위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하지만 좌완 투수 중에서 류현진보다 높은 순위로 매겨진 선수는 35위의 프란시스코 릴리아노가 유일하다. 좌완 중에서 류현진이 두 번째라는 의미가 된다.

50위 랭킹에 아시아 선수는 모두 7명. 뉴욕 양키스와 연장 계약에 합의한 구로다 히로키가 전체 5위이자 투수 2위로 가장 높았고, 이와쿠마 히사시가 19위에 올랐다. 이어 스즈키 이치로 25위, 후지카와 30위, 류현진 37위, 마쓰자카 다이스케 47위, 우에하라 고지 50위 순이다. 류현진이 이번 FA 시장에서 마쓰자카와 우에하라보다 높이 평가되고 있는 건 고무적인 대목이다.
하지만 랭킹을 매긴 스카우트 출신의 'ESPN' 칼럼니스트 키스 로는 류현진에 대해 '어느 팀에서나 관심을 가질 만한 구원투수'라고 소개했다. 이어 '두툼한 몸의 좌완 투수인 그는 한국에서 선발투수로 던졌다.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은 88~91마일(142~147km)이며 체인지업을 던질 때 팔 스피드가 좋다. 70마일대 커브는 좌타자를 상대할 때 슬라이더보다 더 낫다'는 평가를 덧붙였다.
한국은 물론 국제대회에서도 줄곧 선발투수로 뛴 류현진이지만 키스 로는 구원이 적합하다는 의외의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류현진은 드롭 앤 드라이브(뒷다리를 굽혀서 몸을 최대한 낮춘 뒤 앞다리를 뻗는) 폼으로 팔꿈치가 늦게 돌아간다. 고교 시절 토미존 수술을 받았고 체력적으로도 검증이 되지 않았다. 선발진의 끝자리보다 90마일대 직구와 아웃 피치로 체인지업을 활용할 수 있는 불펜이 더 좋은 옵션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 선발로 활약하기에는 내구성이나 체력적인 문제가 있다는 게 키스 로의 지적이다. 하지만 FA 랭킹에서 나타나듯 좌완 투수 기근이 심각한 만큼 FA 시장에서 류현진의 희소가치는 여전히 높다. 다만 구원투수라는 인식 생길 경우 포스팅 금액과 연봉 액수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지난해 다르빗슈 유(텍사스)나 천웨인(볼티모어)과 비교하면 어떠할까. 지난해 키스 로의 ESPN 선정 FA 50위 랭킹에서 다르빗슈는 전체 3위이자 투수 1위에 오르며 현지에서도 높은 평가와 기대를 받았다. 류현진과 자주 비교되는 대만인 투수 천웨인도 전체 19위이자 투수 9위에 올랐다. 류현진에 대한 미국 현지 언론의 기대는 다르빗슈나 천웨인보다 다소 낮은 편. 하지만 한국인 투수가 랭킹에 포함된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한편, 올해 ESPN 선정 FA 랭킹 전체 1위는 투수 잭 그레인키이며 외야수 B.J 업튼과 조쉬 해밀턴이 2~3위로 뒤를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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