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팅'류현진, 불펜투수라면 ML 가야하나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11.04 06: 51

류현진 이름 석자가 현지 메이저 언론에 처음으로 화자 됐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의 키스 로는 3일(한국시간) 올 겨울 메이저리그 FA 랭킹을 발표, 류현진을 37위에 랭크시켰다.
키스 로는 FA 투수 중 전체 20위, 좌완 투수 중 전체 2위에 류현진을 올리며 “어느 팀에서나 관심을 가질 만한 구원투수다”며 “류현진이 고교 시절 토미존 수술을 받았고 체력적으로 검증이 되지 않았다. 선발투수보다는 90마일 초반의 직구와 체인지업을 활용하는 구원투수가 빅리그에서는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물론 키스 로의 매겨놓은 순위가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바로미터라 확정짓기는 힘들다.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올 겨울 스토브리그서도 메이저리그 30개 팀들은 자신들의 상황에 맞는 다른 포지션의 선수를 찾을 것이다. 즉, 키스 로의 FA 리스트 1순위에는 우완 선발투수 잭 그레인키가 올라있지만 그렇다고 30개 팀 전체가 그레인키를 바라보지 않는다. 이러한 면에서 봤을 때 류현진이 이번 FA 시장에서 희소성을 지닌 좌투수란 점은 분명 플러스 요인이다.
류현진의 몸 상태에 대한 의문도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비록 류현진이 올해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을 올리지 못했고 작년에는 프로 데뷔 후 최저이닝(126이닝)과 가장 높은 평균자책점(3.36)을 올렸지만 고질적으로 아픈 부위는 전무하다. 같은 좌투수로서 이미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봉중근은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뛸 경우 한국보다 더 체계적인 관리 속에서 야구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선수 관리가 매년 향상되고 있지만 결국에는 이 모든 게 메이저리그에서 온 것 아닌가”며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선 한국보다 좋은 컨디션으로 공을 던질 것이라 예상했다.   
문제는 보직이다. 만일 키스 로처럼 메이저리그 실무진이 류현진의 구위를 선발투수감이 아닌 불펜투수에 적합하다고 평가한다면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난항이 예상된다. 한화 구단은 류현진의 포스팅을 승인하는 조건으로 ‘류현진이 대한민국의 에이스로서 합당한 가치를 받아야 한다‘고 단정지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선발투수와 불펜투수는 대우 자체가 다르다. 드래프트 과정에서 대부분이 선발투수로 성장할 수 있는 투수를 우선으로 지명하지 불펜에 적합한 투수를 상위 지명하는 일은 없다. 팀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마운드 보강은 선발 로테이션을 채우는 게 1순위다. 애리조나 시절 김병현을 비롯해 많은 신예 마무리 투수들이 불펜에서 성공을 경험했음에도 선발투수로 전환하려하는 것도 선발투수로 커리어를 쌓는 게 불펜투수보다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결국 메이저리그 구단이 류현진을 불펜투수로 판단해 포스팅한다면, 한화구단이 생각하는 대한민국 에이스 투수의 반대급부에 해당되는 금액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특급 마무리투수나 셋업맨이 아닌 이상 메이저리그 팀들은 FA 시장에서 불펜투수에게 거액을 투자하지 않는다. 매년 FA 시장 리스트에는 불펜투수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있으며 마이너리그만 바라봐도 200여개의 팀이 있다. 시장에서 불펜투수는 가장 흔한 존재다.
얼마 남지 않았다. 늦어도 오는 9일에는 류현진의 포스팅 최고 입찰액과 입찰 구단을 알게 된다. 메이저리그에서 류현진을 선발투수로 봤다면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고 불펜투수로 평가했다면 이상훈과 진필중처럼 또 한 번 쓴 잔을 들이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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