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대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한 '신 고공 폭격기' 레오(23, 삼성화재)가 '괴물' 가빈 슈미트의 그림자를 지우며 소속 팀의 통산 7번째 우승을 이끌 수 있을까?.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는 지난 3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 NH농협 V리그 남자부 개막전서 수원 KEPCO 빅스톰에 3-1(26-28 25-23 26-24 25-22)로 역전승하며 산뜻한 스타트를 끊었다.
'가빈의 대체자' 레오는 홀로 51득점을 터뜨리는 가공할 만한 공격력을 뽐내며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71.42%의 공격 성공률을 자랑했고, 20개의 백어택과 1개의 블로킹도 더했다.

지난 시즌 5년 연속, 통산 6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던 삼성화재.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 지난 3시즌 동안 우승 보증수표였던 가빈이 러시아 무대로 떠난 것이다. 역대 V-리그 외인 중 실력과 영향력에서 첫 손에 꼽히는 가빈의 부재는 곧 전력의 급감을 의미했다.
제2의 가빈을 찾기 위해 고심을 거듭했다. 그리고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쿠바 주니어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레오를 야심차게 영입했다. 지난 2011-2012시즌 푸에르토리코 리그에 참가해 정규시즌 및 플레이오프 우승을 이끌며 리그 MVP에 선정된 또 다른 괴물이었다.
가빈의 그림자를 지울 수 있을지 의문 부호가 따랐지만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뚜껑을 열자 레오는 가빈의 공백이 무색할 정도의 맹활약을 펼치며 자신의 기량을 입증했다. 명실공히 삼성화재의 새로운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레오는 매 세트를 좌지우지하며 삼성화재의 공격을 이끌었다. 1세트는 13점을 올리고도 범실을 5개나 범하며 KEPCO에 내줬다. 하지만 2, 3, 4세트서 높은 공격 성공률을 보이며 역전승의 수훈갑이 됐다.
205cm에서 뿜어져 나오는 타점 높은 스파이크는 KEPCO의 코트를 맹폭했다. 에이스의 존재는 승부처마다 더욱 빛났다. 상대가 추격해 올 때는 찬물을 끼얹는 득점을 어김없이 성공시켰고, 치고나가야 할 때는 확실한 득점 기계로서 해결사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득점력 만큼은 일단 합격점이었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도 "가빈에 비해 파워는 떨어지지만 공 처리능력이나 배구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높아 감각적인 기술이나 수비는 가빈의 초기 때보다 오히려 낫다"고 평가하며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과제도 남겼다. 개막전이라고는 하나 범실을 무려 16개나 범했다. 큰 키에 비해 78kg 밖에 나가지 않는 체중도 골칫거리다. 신 감독은 "외인들은 국내 선수들보다 몸을 빨리 만들 수 있다"며 "레오가 체격을 좀 더 키우고 근육량과 체중을 90kg까지 늘려 파워만 높인다면 더 큰 위력을 보일 것이다"고 희망을 남겼다.
도우미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날 세터 유광우와 레오의 호흡이 시작부터 척척 맞아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층 안정감을 보였다.
레오는 "첫 공식경기서 (유)광우와 호흡이 생각보다 좋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고, 유광우는 "레오의 범실 14개는 내 토스가 좋지 않아 나온 것이다. 내가 보완해야 할 문제다"며 향후 발전 가능성을 제시했다. 레오가 가빈의 그림자를 말끔히 지우며 삼성화재의 통산 7번째 우승을 이끌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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