훤칠한 키와 준수한 외모의 ‘연하남’으로 전국의 누나 팬들의 사랑은 물론 많은 어머니들에게 사윗감으로 손꼽혔던 배우 박해진이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다소 냉소적으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점철돼 있는 상우라는 캐릭터로 주말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박해진은 최근 KBS 2TV 주말극 ‘내딸 서영이’(이하 서영이)에서 내공 있는 연기를 보여주며 본격적인 여심 사냥에 나섰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극중 캐릭터에 완벽하게 빙의된 모습으로 드라마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며 자신의 연기 인생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시청률 고공행진으로 약간의 부담도 없이 미소가 가득했던 박해진은 ‘서영이’를 통해 “내 최고 시청률 기록을 경신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그동안 불려왔던 ‘연하남’이라는 애증(?) 섞인 애칭도 갈아치웠으면 좋겠다는 우스갯소리를 하며 시종일관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냈다.

◆ “‘서영이’, 시청률 50% 넘었으면..”
박해진에게 또 다시 훈남 이미지에 매력적인 역할로 KBS 주말극에 돌아온 이유를 물으니 “계산 없이 선택했다”면서 “다시금 보여줄 수 있는 편안한 나다운 모습을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다”고 답했다.
그는 극중 서영이(이보영)의 쌍둥이 동생 상우 역할로 아버지 삼재(천호진)와 서영 사이에서 중간자 적 역할을 하며 극의 중심을 잡는 인물을 맡아 두 여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서영이’ 첫 제안을 받았을 때 망설임은 없었어요. 제가 잘 할 수 있는 게 하고 싶은 때였죠.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7년째 ‘연하남’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는데 이제는 민망한 수준이죠. 나이가 벌써 제가 서른인데요. 하하. 이제 이미지 변신이 필요해요. ‘서영이’를 통해 다른 애칭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런 그가 밝힌 현장 분위기는 차분하면서 밝다. 박해진은 “드라마 분위기는 어두운데 현장은 진짜 밝고 모두 웃으면서 촬영하고 있다”면서 “꼭 시청률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모두가 연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보영 누나에게 고마워요. 제가 감정이 잡히지 않을 때 자신은 어깨도 안 나오는 장면인데 감정을 넘겨주면서 제 연기를 도와줬죠. 그리고 천호진 선생님의 연기를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이렇게 열심히들 하는데 시청률이 한 50%는 넘었으면 좋겠어요.(웃음) 제 최고 시청률은 49.1%인데 제 최고 시청률을 찍는 드라마가 됐으면 좋겠어요. 의미가 남다를 것 같아요.”

◆ “‘서영이’, 막장코드 없었다면 거짓말”
박해진이 맡은 상우는 서영과 삼재가 절연한 뒤의 각각 두 사람의 삶을 알고 있기에 극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리고 자신의 뒷바라지를 해준 서영에게 냉정하게 돌아 서는 캐릭터다. 그에게 ‘냉정하다’고 했더니 웃으며 “알면 속 깊은 캐릭터”라며 변호를 한다.
“이제 방송을 통해서 나올 얘기지만, 상우는 속에 있는 말을 다 풀어놓으면 다 표현이 안 되는 놈이에요. 서영에게 냉정하게 대하는 건 그를 위한 거죠. 서영이가 선택을 한 건데 그 선택에 흔들림이 없도록 도와주는 거 에요. ‘다시는 찾아오지 마’라는 말에 아픔이 묻어나는 거죠.”
그런 그에게 이런 설정들이 막장코드로 방송 초반 지탄을 받았던 것에 대해 묻자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면서 솔직하게 얘기를 풀어냈다.
“막장이라는 것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전작인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밝은 드라마라서 우리의 어두운 분위기가 걱정됐지만, 작가님은 오히려 막장은 전혀 신경 쓰지 않으시는 것처럼 얘기를 풀어내 감탄했어요. 다행히 시청자분들도 알아봐 주신 것 같고요.”
굴곡이 조금 많은 주인공들이 등장하기에 어떤 감정으로 연기를 하냐고 물었더니 박해진은 “상우라는 캐릭터에서 별로 벗어나는 게 없다”면서 “극중에서는 쌍둥이지만 내게도 한 살 많은 누나가 있고 감정들도 잘 이해가 된다. 연기로 잘 풀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애할 때 희망 고문은 안 하는 편이에요. 극중에서 미경(박정아)이와 호정(최윤영)이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저는 꾸밈없이 친구처럼 편안한 연애를 많이 해봐서 그런지 미경이 같은 스타일을 좋아해요. 이미 자체 스포일러로 호정이와 상우의 관계가 알려져 버려 난감하긴 한데 작가님이 어떤 계기로 두 사람을 이어주실지 벌써부터 기대가 돼요.(웃음)”

◆ “대종상 대상보다 연기자로 각인되고 싶어요.”
욕심도 내려놓고, 자기가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는 박해진의 꿈은 소박하다. 그는 "연기자로서 꾸준하게 연기하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종상 대상'이 꿈? 이런 구체적인 꿈과 야망 보다는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서 시청자분들에게 각인되고, 좋은 평을 받는게 꿈이죠. 너무 단순하지만 제 진심이에요."
이렇듯 욕심 없는 박해진은 지금의 소속사와도 일찌감치 재계약을 했다. 이와 관련해 박해진은 "하자고 해서 했죠"라고 웃으면서 "더 큰 회사, 좋은 회사가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엔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생각한다"고 과감한 발언을 했다.
"누구 들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고 어딜 가든 제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의리도 중요했고, 지금 회사에 만족하기 때문에 재계약을 했겠죠?(웃음)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하고 있는데 굳이 옮길 필요가 없죠. 머리 아프잖아요. 이런저런 복잡한 마음들이 있었으면 아마 큰 회사에 갔을 거에요. 그런데 전 지금 연기를 하고 싶어요."
단순한 진리를 얘기한 박해진이지만 그의 한 마디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그가 진심으로 '연기자'로 불리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서영이'를 통해 보여줄 그의 다양한 모습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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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