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표현합니다. 특히 선발 투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중요합니다. 두 말 하면 잔소리에 가깝죠.
삼성은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탄탄한 선발진을 바탕으로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했습니다. 삼성 선발진의 생존 경쟁은 아주 치열했습니다.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에서는 이른바 '나선발' 경연이 펼쳐지기도 했었죠.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극한 생존 경쟁은 개인 기량의 향상을 꾀했습니다. 지난해 10승 투수 2명(윤성환, 차우찬)에 불과했지만 올해 들어 다승왕 장원삼을 비롯해 미치 탈보트, 브라이언 고든, 배영수 등 4명의 10승 선발 투수를 배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지금껏 한 팀에서 10승 선발 4명 이상 나온 건 프로야구 역대 4차례에 불과합니다. 구단 측은 "통산 10회 달성한 노히트노런보다 어려운 기록"이라고 호평하더군요.
좌완 장원삼은 팀내 선발진의 기둥. 지난해 아시아 시리즈 MVP에 올랐던 장원삼은 올 시즌 다승 부문 단독 1위(17승)에 오르며 국내 좌완 투수 가운데 최고의 활약을 뽐냈습니다. 1998년 스캇 베이커 이후 14년 만에 삼성 좌완 15승 계보를 되살렸습니다.
외국인 투수의 선전도 두드러졌습니다. 그동안 용병 잔혹사라고 불릴 만큼 외국인 선수 효과를 누리지 못했던 삼성은 탈보트와 고든이 25승을 합작하면서 2연패 등극에 힘을 보탰습니다. 삼성 외국인 투수들이 동반 10승 고지를 밟은 건 2006년 팀 하리칼라(12승)-제이미 브라운(11승) 이후 6년 만의 기록입니다.
2005, 2006년 2년 연속 정상 등극에 기여했던 배영수의 부활 소식도 빼놓을 수 없네요. 2007년 팔꿈치 수술 이후 비관적인 전망이 대세였지만 7년 만에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하면서 보란듯이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선발진의 활약은 빛났습니다. 장원삼과 윤성환은 토종 원투 펀치를 구축하며 4승을 합작했습니다. 2승 뒤 2패를 당해 분위기가 가라 앉을 뻔 했었는데 두 투수가 구세주 역할을 제대로 소화했었죠. 정규 시즌 때 10승 사냥에 실패했던 윤성환은 한국시리즈에서 2승을 추가하며 "사실상 두 자릿수 승리"라고 웃더군요.
류중일 삼성 감독은 축승회 때 "한국시리즈 MVP는 이승엽이 차지했지만 나는 선발로 나가 2승씩 거둔 장원삼과 윤성환에게 MVP로 꼽겠다"고 했었습니다. 두 선수의 역할이 아주 컸다는 의미죠.
돌이켜 보면 아쉬운 부분도 없진 않습니다. 좌완 차우찬이 제 몫을 해줬다면 어땠을까 말이죠. 올 시즌 투구 자세를 바꾼 뒤 부진한 모습을 보였는데 오프 시즌 때 본격적으로 투구 자세를 수정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OSEN 삼성 라이온즈 담당 손찬익 기자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