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Most Valuable Player). 말 그대로 가장 가치 있는 선수라는 뜻이다. 그래서 선정이 애매하다.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해석은 제각각일 수 있다. 한편으로는 후보군을 미리 결정하다보니 그 ‘가치’의 판단을 받을 수 없는 선수도 나온다. 올해는 박희수(29·SK)가 대표적인 선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0월 3일 2012년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후보를 발표했다. 투수로는 장원삼(29·삼성)과 브랜든 나이트(37·넥센), 타자로는 박병호(26·넥센)와 김태균(30·한화)이 후보로 선정됐다. 이미 투표는 10월 8일 끝났다. 포스트시즌 활약상이 표심에 개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 결과는 5일 오후 2시부터 열리는 시상식에서 공개된다.
물론 후보에 오른 네 선수도 MVP의 자격은 충분하다. 장원삼은 올해 17승을 거둬 다승왕에 올랐다. 삼성의 정규시즌 우승의 일등공신이었다. 나이트는 2.20의 평균자책점으로 이 부문 1위에 올랐고 2007년 다니엘 리오스(전 두산)와 류현진(한화) 이후 처음으로 200이닝 이상을 던졌다. 잠재력이 폭발한 박병호는 홈런(31개)과 타점(105개) 타이틀을 휩쓸었으며 김태균은 3할6푼3리의 고타율을 기록했다. 누가 MVP가 돼도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몇몇 선수들이 후보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한 것은 아쉽다. 특히 불펜투수 쪽이 그렇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이름은 박희수다. 박희수는 올 시즌 중간계투의 역사를 다시 썼다. 무려 65경기에 나서 8승1패6세이브34홀드 평균자책점 1.32로 맹활약했다. 34홀드는 2006년 권오준이 세운 32홀드를 뛰어넘는 단일 시즌 최다 홀드 기록이다. 박희수라는 든든한 허리를 보유한 SK는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정규시즌 2위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박희수는 MVP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홀드 신기록이라는 실적이 MVP 후보 선정 과정에서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것. 불펜투수들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는 시대이기에 더 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오승환(삼성) 등 마무리 투수들도 MVP 후보에 올랐던 경력이 있다는 점에서 유난히 중간계투요원들에 인색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한편 박희수가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는 것은 안지만(삼성)이나 다른 불펜투수들도 MVP 후보가 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아무리 좋은 성적을 내도 불펜투수는 MVP 후보가 될 수 없다”라는 인식이 굳어지고 있다. 동기부여 측면 등 여러 가지 의미에서 좋을 것은 없는 현상이다.
이참에 MVP 투표 방식도 손을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굳이 후보를 정해놓을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다. 현행 MVP 후보 선정에 있어 특별한 기준은 없다. 그러다보니 개인 타이틀 획득 유무가 MVP 후보 선정에 암묵적인 기준이 되고 있다. 하지만 개인 타이틀이 없다 하더라도 팀에 공헌한 ‘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선수는 많다. 타이틀은 없지만 공격 전 지표에서 상위권에 오른 박석민(삼성)과 같은 선수들이 대표적이다.
후보군의 난립, 사적인 친분의 개입 등 몇몇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지만 프로야구도 출범 30년이 넘었다. 어느 정도의 상식과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다. 여러 선수들에게 수상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 적은 표라도 받은 선수들이 주목받을 수 있다는 점, 수상자의 권위가 높아진다는 점 등에서도 긍정적인 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 “가장 가치 있는 활약을 한 선수”의 범위를 굳이 틀 안에 가둬 놓을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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