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악재를 만난 인천 대한항공 점보스가 2년차 레프트 류윤식(23)의 어깨에 희망을 걸고 있다.
대한항공 점보스는 지난 4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 NH농협 V리그 남자부 첫 경기서 아산 러시앤캐시 드림식스에 3-1(23-25 25-23 25-17 25-20)로 역전승을 거두며 마수걸이 승리를 신고했다.
승리를 하긴 했지만 주포 마틴(20점)과 김학민(8점)이 정상적인 몸 상태를 보이지 못하며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승부처마다 터진 류윤식(12점)의 알토란 같은 득점이 없었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올 시즌 V-리그는 뚜껑을 열었지만 삼성화재의 6년 연속 우승을 저지하려는 대한항공의 전력은 완전치 못하다. 지난 시즌 공수에서 맹활약했던 레프트 곽승석이 발목 부상으로, KEPCO에서 공수해 온 센터 하경민은 허리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여기에 주포 마틴도 100%의 몸 상태가 아니다. 지난 시즌 삼성화재와 챔피언 결정전서 손이 찢어진 뒤 수술을 받았고, 어깨도 여름 내내 재활에 매진해 왔다. 본인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이날 보여준 마틴의 경기력은 분명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신영철 대한항공 감독은 "경민이는 복귀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고, 승석이는 주초 발목 깁스를 푸는데 4주 정도 출전이 불가능할 것 같다"며 "마틴은 최근 공을 강하게 때리지 못했는데 러시애캐시전서 갑자기 때리려고 하다 보니 리듬이나 템포가 잘 맞지 않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울상을 지을만 한 대한항공이다. 하지만 '미완의 대기' 류윤식이 희망의 빛줄기가 되어주고 있다. 러시앤캐시전서 곽승석의 대체자로 코트에 들어선 류윤식은 순도 높은 득점으로 대한항공의 선수 중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백어택 2개와 서브 에이스 2개를 포함해 고비 때마다 12점을 적시에 터트렸고, 대한항공 선수 중 가장 높은 45.45%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며 역전승을 이끌었다. 올해 2년차 선수로서 그것도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기대 이상의 몫을 해준 것이다.
신 감독은 "윤식이가 여름 동안 욕을 먹으면서 많은 훈련을 했기 때문에 승석이의 빈 자리를 충분히 메울 수 있다"며 "스피드는 승석이가 빠를 수 있지만 높이와 서브에서 윤식이가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종합해보면 큰 차이가 없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주장 김학민도 "(곽)승석의 빈 자리가 힘든 자리인데 윤식이가 잘 메워줬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감독과 주장의 신뢰를 듬뿍 받은 류윤식은 "아직은 많이 부족해 1세트부터 흔들렸다"며 자세를 낮춘 뒤 "형들이 자신있게 하자고 해서 후회 없이 때린 것 같다"고 되려 선배들에게 공을 돌렸다.
"내 포지션이 공격보다는 수비를 중점적으로 하는 자리라 어렵다. 그간 승석이형이 잘했기 때문에 빈 자리를 메우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실수를 했을 때도 형들이 자신감을 주기 때문에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 류윤식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부상 악재 속에도 대한항공이 한줄기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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