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집나간 FA 홍성흔을 다시 데려올까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11.05 06: 46

김진욱 두산 감독, “구심점이 필요하다”
두 번째 프리에이전트(FA) 자격 취득. 우리 나이 서른 여섯의 수비 공헌도를 기대하기 힘든 타자. 그러나 선수단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라는 점에서 경기 외적 가치가 굉장히 크다. 프로 14년차 홍성흔(35, 롯데 자이언츠)은 여전히 FA 시장의 우량주다.
홍성흔은 올 시즌 113경기 2할9푼2리 15홈런 74타점으로 5년 연속 3할 타율에 실패했다. 장타율 4할5푼9리와 출루율 3할6푼9리에 득점권 타율 2할9푼7리. 나쁘지 않은 스탯이지만 2009년 3할7푼1리의 고타율을 기록했고 2010시즌 부상 결장 속에도 3할5푼 26홈런 116타점을 올린 강타자치고는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다. 그리고 홍성흔은 롯데와의 약속된 4시즌을 모두 치렀다.

2008년 11월 말 롯데와 FA 계약을 체결한 후 롯데는 홍성흔을 잔류시키겠다는 마음이고 홍성흔도 롯데와 순조로운 관계 속에 매년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견인했다. 그 홍성흔이 다음 시즌 다른 팀에서 뛸 것인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바로 홍성흔은 경기 외적으로도 팀에 큰 도움을 주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FA 홍성흔에게 가장 관심을 갖는 팀 중 하나는 바로 전 소속팀인 두산이다. 1999년 데뷔 이래 2008년까지 두산의 스타 플레이어이자 주전 포수로 자리매김했던 홍성흔은 팀 분위기를 띄우고 안 좋을 때는 동료들에게 따끔한 일침도 하던 분위기메이커였다. 김진욱 감독은 바로 그 점에서 올 시즌 중 홍성흔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바 있다.
“주장을 역임한 임재철과 이종욱은 모두 심성도 좋고 야구도 성실하게 하는 좋은 선수들이다. 그러나 심성이 모진 선수들은 아니라 쓴소리를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야수진 내에서 선수들이 고쳐야 할 부분을 서슴지 않고 짚어줄 구심점이 반드시 필요하다”. ‘홍성흔 같은 스타일의 선수 말인가’라는 질문에 김 감독은 언급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홍성흔의 유무에 따른 두산 팀 분위기에는 변화가 있었다. 야수진에 크고 작은 부상이 많다 보니 선수들의 플레이에도 위축되는 모습이 조금씩 많아지기 시작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한 야구인은 올 시즌 두산에 대해 “코칭스태프진에서 선수들에게 출장을 지시했을 때 이전처럼 의욕을 비추기보다 뭔가 두려워하는 인상이 짙었다고 하더라”라며 운을 뗐다.
“투수진의 경우 김선우, 이혜천 등 베테랑 선수들이 일침도 하고 때로는 농 섞인 장난도 하면서 위계질서를 다잡아 갔다고 들었다. 그러나 야수진에서 베테랑들이 모진 쓴소리를 하지 못하다보니 거기에서 의욕도가 아쉬웠다고 했고 실제로 보기도 그런 듯 했다. 한 코칭스태프는 ‘강수를 둬 다잡는 일을 했다가는 오히려 반발이 극심할 것 같아 차마 그 방법은 쓰지 못하겠다’라며 고심하기도 했다. 야수진에서 확실한 리더가 필요한 팀이 바로 두산이다”. 두산 야수진이 이 평을 들은 것은 최근 3년 간. 공교롭게도 홍성흔이 두산에 없을 때였다.
홍성흔도 올 시즌 중 홈 경기시 잠시 두산의 원정 라커룸에 들렀다가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다. 내가 몸 담았을 때와는 확실히 달라졌다”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비추기도 했다. 친정팀인 만큼 아직 그에 대한 애정은 남아있던 홍성흔은 위축된 감이 큰 두산 선수단 분위기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던 바 있다. 홍성흔이 두산에서 롯데로 이적한 데에는 팀에 대한 애정이 식었다기보다 2007년 말부터 2008시즌 개막 전까지 있던 김경문 전 감독과의 마찰 부분을 무시할 수 없었다.
선수단 구심점으로서만이 아닌 아버지로서 홍성흔의 서울팀 이적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중시하는 선수 중 한 명인 홍성흔은 딸 화리양과 아들 화철군의 교육 문제에 있어서도 서울로의 복귀 여부를 고민 중이다. 열광적인 롯데 팬들은 선수 홍성흔의 가치를 확실히 높여주지만 아버지 홍성흔의 고민까지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아직도 자녀들의 교육열에 있어서는 수도권 특히 서울에 집중적인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서울 연고 친정팀의 러브콜 가능성과 아버지 홍성흔의 필요 조건. 이 두 가지 요소가 필요충분조건화 된다면 FA 자격을 통한 홍성흔의 두산 복귀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롯데 측이 베테랑이라고 해서 계약을 대충 할 수 없고, 동시에 홍성흔도 자기 가치를 스스로 평가절하해서도 안 되는 이유다. 홍성흔은 아직도 충분히 좋은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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