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라의 도란도란] '북부 2관왕' 윤지웅, 군생활이 즐거운 괴짜 투수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2.11.05 06: 48

"제가 복이 많은 것 같아요".
아직 앳된 외모지만 또래에 비해 성숙한 투수. 경찰청 좌완 윤지웅(24, LG)은 입대 첫 시즌부터 '즐거운 군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올해 2군에서 13승4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3.62를 기록했다. 중간으로 뛰다 7월부터 선발 전환하며 126⅔이닝(2위)을 던져 다승(13승), 탈삼진(124개) 부문에서 북부리그 1위를 차지했다.
경찰청은 지난 9월 20일 LG전에서 승리하면서 상무와 함께 북부리그 공동 우승을 거두고 2연패를 달성했다. 윤지웅은 이날 선발투수로 나서 7이닝 2실점(비자책) 호투하며 팀의 우승을 제손으로 이끌며 잊지 못할 추억도 만들었다. 유승안 경찰청 감독은 "내년 장원준과 윤지웅을 좌완 원투 펀치로 쓰겠다"고 밝혔다.

시즌이 끝난 뒤 만난 윤지웅은 입대 전보다 한결 가벼운 모습이었다. 그는 "팀이 2연패를 해서 너무 기분이 좋다. 초반에 밸런스가 좋지 않아 많이 도움이 되지 못했는데 나중에 선발로 합류하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린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상무가 먼저 우승 매직 넘버에 도달한 가운데 마지막 세 경기를 다 승리해야 하는 요건을 모두 채우고 우승하는 기적을 이뤘다. 윤지웅은 "마지막 경기에서 긴장되긴 했지만 승리투수가 돼 더욱 좋다"며 웃었다.
윤지웅은 지난해 넥센에 입단해 좌완 원포인트 릴리프로 나왔다. 올해 2군이긴 하지만 선발 등판은 프로 입단 후 처음이다. 윤지웅은 "감독님이 제가 초반에 성적이 안좋을 때도 믿어주시고 계속 기용해주셨다. (원투 펀치는) 기회를 주시면 감사하다. 선발이 확실히 심적으로 편한 면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내 공만 던질 수 있다면 선발이든 중간이든 상관 없다"고 선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탈삼진이 늘어난 비결도 '자신의 공'을 찾았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에는 훈련소에 입소해 제대로 체력 훈련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계속 던지다보니 자신감이 생기고 밸런스가 잡히면서 삼진을 많이 잡게 됐다. 서클 체인지업은 지난해 원포인트로 나설 때 좌타자를 상대하기 부담스러워 던지지 않았는데 여기서는 부담 없이 던지다보니 좋아졌다"고 말했다.
생각이 깊은 건 입대 전에도 비슷했지만 그는 미묘하게 달라졌다. 한층 성장한 느낌이다. 그는 입대 생활에 대해 "만족스럽다. 입대해서도 야구를 할 수 있고 개인 훈련 시간을 주셔서 좋다. '내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가 되자. 2년 동안 가는 만큼 변하자. 성숙해지자'고 입대 전에 마음먹었다. 올 시즌 더 체력 훈련, 보강 훈련을 많이 해서 스피드도 좀 올리고 싶고 변화구도 더 예리하게 던지고 싶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윤지웅은 내년 9월 제대 후 LG로 복귀한다. 지난해 11월 이택근(32)의 보상선수로 LG 유니폼을 잠깐 입은 뒤 바로 입대해 아직 어색하지만 이제 조금씩 팀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는 시즌을 마치고 잠실구장을 찾아 김기태 감독 등 코치진에게 인사를 했다. 윤지웅은 "감독님이 '부상 없이 잘 마치고 돌아와 함께 하자'고 하셨다. 지금보다 1군에서 잘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며 자신의 '둥지'를 찾은 느낌을 밝혔다.
윤지웅은 이번달 28일부터 대만에서 열리는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도 차출돼 참가한다. 그는 "올해 복이 엄청 많이 들어온다. 나가서 메달 딸 수 있도록 잘 던지고 싶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입대 후 모든 것이 잘 풀리고 있다는 윤지웅은 그의 평소 생각만큼 반듯한 군 생활 속에서 쑥쑥 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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