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FC 서울은 정상으로 가는 큰 고비를 또 하나 넘어섰다.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의 홈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서울은 수원전에서 승점을 따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다. 라이벌전에서의 부진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던 선수들이 남은 일정을 자신감 있게 치를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최용수 감독은 "오늘 얻은 승점 1점이 우승으로 가는데 결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라며 "결과에 만족한다"고 했다. 그는 "'될 듯 말 듯 안 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느긋할 수가 없었다"며 타 들어가던 후반전 심정을 밝혔다. 그는 또 "이기진 못했지만 오늘 딴 승점 1점은 3점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고 말했다.
이날 무승부는 서울에게 2가지를 선물했다. 일단 완벽한 승리를 통해 7연패 탈출을 한 것은 아니지만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서울은 올해만 해도 수원에 내리 4번을 졌다. K리그에서 3차례 패배를 당했고 FA컵 16강전에서도 승리를 내주고 말았다. 올 시즌 서울은 24승 8무 5패를 기록 중인데 5패 중 3패가 수원에 당했다. 또 상위 스플릿에서도 유일한 패배는 수원전이었다.

지난 2010년 8월 28일부터 딱 800일째 되는날 서울은 연패를 끊었다. 자신감이 생겼다. 그동안 수원만 만나면 주눅이 들었던 서울은 이날도 전반 선제골을 내줬다. 당시에도 선수들은 '또 안되는 것인가'라는 표정이 스쳤다.
그러나 경기 종료 직전 하대성의 패스를 이어받은 정조국이 감각적인 슈팅으로 수원의 골문을 열었다. 그의 득점은 연패에 따라 서울 선수들에게 생긴 수원전 징크스를 깨버릴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수원만 만나면 생겼던 트라우마를 없앨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그리고 정조국의 득점으로 부진했던 선수들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2011년 프랑스 리그에 진출했던 정조국은 원소속팀 오세르의 2부리그 강등으로 지난 7월 서울로 복귀했다. 정조국은 지난 7월 11일 전북전에서 복귀무대를 가졌으나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에 따라 출전시간도 점점 줄어들며 교체카드로 전락하는 아픔을 맛봤다.
하지만 정조국은 전반 막판 수원 양상민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 10명을 상대로 자칫 패배 위기에서 결정적인 한 방으로 팀을 연패 수렁에서 건져냈다. 만약 수적으로 부담을 가진 수원에 패배를 당했다면 서울은 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 승점 1점을 챙기면서 전북과 승점차를 벌렸다. 전북이 부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승점 3점을 따냈지만 여전히 5점차다. 2경기 차이라는 의미라고 해석할 수 있다. 우승을 향해 가는 서울이 비록 승리로 연패를 끊지는 못했다. 그러나 기회는 잡았다. 우승을 위한 행보가 더 가벼워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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