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사이드다운', '머리 없는 남자'의 환상적 진화 [리뷰]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2.11.05 08: 30

[OSEN=정유진 인턴기자] 오는 8일 개봉하는 '업사이드다운'은 '브레이킹 던Part2', '호빗:뜻밖의 여정'과 더불어 하반기 개봉하는 SF판타지 기대주 중 하나다.
정반대의 중력이 작용하는 서로 다른 두 세계에 살고 있는 남녀가 물리적으로 엄청난 차이를 극복해 사랑을 이뤄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는 그 기발한 상상력으로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영화의 극본과 연출을 맡은 이는 후안 디에고 솔라나스. 2003년 단편영화 '머리 없는 남자'로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15년간 광고와 뮤직비디오를 연출하며 창의적인 연출력, 감각적인 영상미에 대한 기본기를 다져온 그는 첫 장편 '업사이드다운'에 그동안 쌓아둔 내공을 쏟아부었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고백하러 가는 머리가 없는 남자의 하루를 그린 그의 전작 '머리 없는 남자'는 여러모로 '업사이드다운'의 모체라 할 수 있는 영화다. 기발한 상상력-현실비판-신비로운 영상미-아름다운 러브스토리라는 네 가지 측면에서 특히 그렇다.
'머리 없는 남자'는 '머리가 없는 남자가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기 위해 상점에서 머리를 구입한다'라는 기발한 설정에서 시작한다. '업사이드다운' 역시 '정반대 방향으로 중력이 작용하는, 쌍둥이처럼 붙어있는 두 세계가 존재한다'라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두 영화 모두 틀을 깨는 기상천외한 발상이 영화를 보는 처음부터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매력포인트로 작용한다.
또한 이들 영화는 재미뿐 아니라 영화 곳곳에 현실에 대한 비판이 들어있다는 점에서도 궤를 같이한다. '머리 없는 남자'에는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이, '업사이드다운'에는 빈부격차와 대기업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러한 비판정신은 영화를 어둡고 무겁게 하기보다는 신비롭고 유려한 영상미에 반영돼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머리 없는 남자'에서는 똑같은 생김새를 한 사람들의 얼굴이나 독특한 색감의 길거리 풍경 등으로, '업사이드다운'에서는 두 세계를 잇는 어마어마한 길이의 건물 '트랜스월드' 본사의 모습, 화려한 상부세계와 비참한 하부세계의 모습 등으로 디스토피아적 색채가 담긴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남녀의 아름답고 진실한 사랑이야기로 주제가 귀결된다는 면에서도 두 영화는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사랑은 얼굴이 없는 것도, 중력이라는 물리적 환경의 방해도 이길 수 있는 그런 것이라는 주장을 펼쳐내는 것.
이렇게 비슷한 점들에도 '업사이드다운'은 분명 '머리 없는 남자'보다 상업적으로 더 진화한 영화다. 큰 스케일과 더 풍부해진 색감, 화려한 영상미, 손을 쥐게 하는 긴박감 등이 이를 증명한다. 그리고 이것이 전작의 빛나는 재능을 고스란히 담은 '업사이드다운'의 개봉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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