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은 경험입니다. 그리고 올해가 반짝이 되지 않도록 내년 준비도 잘 해야지요”.
시즌 중반 보직 변경에도 그는 아랑곳없이, 아니 더욱 뛰어난 활약상을 펼치며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공헌했다. 연봉 대박이 예상되는 것은 물론 우상과의 야구교실에 교사로 초빙되어 꿈나무들을 가르치는 뜻 깊은 경험까지 비시즌도 알차다. 데뷔 10년차 시즌 두산 베어스의 에이스로 우뚝 선 노경은(28)은 그만큼 하루하루를 감사히 살고 있다.
올 시즌 셋업맨으로 시작했다가 6월 경 선발로 돌아선 노경은의 시즌 최종 성적표는 42경기 12승 6패 7홀드 평균자책점 2.53(2위)로 뛰어났다. 규정이닝을 충족시킨 국내 투수 중 가장 좋은 평균자책점인 동시에 선발 성적만 따지면 18경기 10승 4패 평균자책점 2.23으로 엄청났다. 9월 이후 5경기에서는 모두 승리하며 평균자책점 0.23으로 서재응(KIA)과 함께 리그를 휘어잡은 에이스였다.

그 뿐만 아니다. 노경은은 데뷔 첫 포스트시즌 출장이던 지난 10월 9일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선발로 나서 6⅓이닝 6피안타(탈삼진 2개, 사사구 3개) 1실점 쾌투로 큰 경기에서도 유감없이 진가를 발휘했다. 150km대 빠른 직구는 물론 투심-커브-포크볼-슬라이더 등 그가 던지는 공들은 모두 움직임이 좋았다. 타선 지원이 3점 정도만 되었더라면 이날 승리는 노경은에게 돌아갔을 것이다.
단순한 기록 뿐만 아니라 뛰어난 투구 내용으로 2013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의 유력한 승선 후보로 떠오른 노경은. 그리고 노경은은 지난 10월 27일 경기도 고양에서 열린 박찬호 유소년 야구캠프에 코치로 참가해 여러 스타 플레이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야구 꿈나무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데 힘을 쏟았다.
특히 자신의 우상으로 여기던 박찬호의 야구캠프에 당당히 코치로 나섰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다. 박찬호는 공주고 선배인 김경문 전 두산 감독의 배려 아래 잠실구장에서 개인 훈련을 하는 것은 물론 두산의 스프링캠프에도 잠시 들러 운동을 함께 하고 후배들에게 조언을 했던 바 있다. 노경은은 당시 박찬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던 유망주 중 한 명으로서 자기 관리의 중요성과 프로 투수로서 마인드를 배웠다.
동경하던 선배의 자리에 코치로서 참여했다는 사실은 노경은에게 감개무량 그 자체였다. “우천에서 이뤄진 실내 교육이라 아쉬웠지만 그래도 이렇게 아이들을 가르치는 자체가 내게는 엄청나게 좋은 경험이다”라며 뿌듯해 한 노경은. 데뷔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른 노경은은 현재 개인 훈련 등으로 한 시즌 동안의 여독을 풀고 있다.
“절대 긴장감을 풀지 않고 내년에도 기세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한 해 반짝하는 투수가 아니라 오랫동안 큰 부상 없이 마운드에 서는 투수가 되고 싶어요”. 시즌 후반기 국내 최고급 선발 에이스의 활약을 보여주고도 겸손함과 긴장감을 잃지 않는 노경은. 노경은의 2012년 비시즌은 또다른 유망주들에게 새로운 지향점이 되기 위한 알토란 같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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