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잖기로 소문난 이승엽이(36, 삼성)이 언성을 높였다. 그는 야구 인프라 개선을 위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대구구장의 관중수요규모는 1만명에 불과하다. 삼성이 2년 연속 잠실구장에서 우승 축포를 터뜨린 것도 2만5000석 이상의 포스트시즌용 구장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중립 경기 규정에 발목이 잡히고 있는 것이다.
이승엽은 4일 "하루 빨리 야구장이 더 커졌으면 좋겠다. 현재 대구구장 관중수요규모 1만명이니까 평균 관중이 8000명 수준에 불과하다. 2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구장을 건립한다면 1만5000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올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1948년 건립된 대구구장은 가장 오래된 구장답게 여러모로 악명이 높다. 2006년에는 덕아웃 천장이 조금씩 내려 앉는 안전 문제가 제기됐고 경기장 정전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폭우 때마다 덕아웃이 물바다가 되고 낡은 인조잔디로 부상의 위험도 높다. 2010년 개보수로 관중석과 화장실이 넓어졌지만 여전히 관중들의 편의를 만족시킬 만한 수준은 아니다.
최강 시대를 연 삼성에도 어울리지 않고 프로야구 수준에도 전혀 맞지 않다. 삼성의 낙후된 야구장은 이제 너무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초일류 삼성에 어울리지 않는 구장이다.

이승엽은 "선수들은 항상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지 위해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훈련 후 경기를 준비할 수 있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대구구장 라커룸의 경우 쓰레기통 옆에서 밥을 먹고 옷을 갈아 입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깨끗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4년부터 지바 롯데 마린스, 요미우리 자이언츠,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뛰었던 이승엽은 "미국은 잘 모르겠지만 일본의 경우에는 아무리 낙후된 구장이라도 원정팀을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고 꼬집었다. "언젠가는 당연히 개선이 되겠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최대한 빨리 나아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팬들에게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승엽의 간절한 마음이 묻어났다.
대구시는 최근 건설 업체들이 입찰하며 신축 야구장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구시는 업체 선정 이후 신축 야구장 실시설계까지는 6개월 정도가 걸리지만 공기 단축을 위해 내년 상반기 본 공사에 앞서 12월 중 터파기 등 기초 공사에 들어갈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승엽은 "(대구구장 신축은) 내겐 꿈이다. 하루 빨리 현실이 됐으면 좋겠다.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의 마음이다. 좋은 구장에서 은퇴해야 하는데"라고 입맛을 다셨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2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의 우승 환영 행사 때 "삼성의 한국시리즈 제패를 계기로 아마추어 야구 활성화와 대구시민의 염원인 새 야구장 건립에도 박차를 가하고 구도의 명성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야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획득을 비롯해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각종 국제 대회에서 국위선양에 앞장서는 효자 종목. 하지만 구장 시설 등 인프라는 낙제 수준에 가깝다.
삼성의 홈구장인 대구구장은 낙후된 인프라의 대표적인 사례이자 조롱거리다. 과연 대구구장 건립은 언제쯤 이뤄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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