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군을 오가던 선수가 한해 가장 빛난 최우수 선수로 탈바꿈했다.
넥센 히어로즈의 내야수 박병호(26)는 5일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패넌트레이스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박병호는 총91표 중 73표를 얻어 장원삼(삼성), 브랜든 나이트(넥센), 김태균(한화)을 제치고 MVP로 뽑혔다.
올 시즌이 시작될 때 박병호는 미완의 원석이었다. 지난해 7월말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뒤 거포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팀의 4번타자로 자리매김하기는 했지만 풀타임 내내 그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아직 물음표였다. 그러나 그는 팀의 믿음에 보답하듯 양과 질을 모두 잡으며 올해 최고의 선수로 거듭났다.

▲ 전 경기 출장, 체력 걱정을 불식시키다
박병호는 지난해 트레이드되기 전까지는 2005년 출장한 79경기(163타수)가 개인 시즌 최다 경기 기록이었다. 2군에 있다가 1군에 올라와 잠시 출장한 뒤 다시 2군에 내려가기를 반복했다. 1군에서 풀타임을 뛰어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가 올 시즌을 시작할 때도 많은 사람들이 풀타임 내내 체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우려했다.
박병호는 올 시즌 유일하게 전 경기에 선발 출장했다. 전 경기 출장도 오지환(LG), 황재균(롯데)과 함께 세 명 뿐인 기록이다. 박병호는 한여름에 훈련량을 줄여 체력 관리를 하면서 풀타임을 뛰는 노하우를 터득했다. 팀은 7월부터 전체적인 하락세를 보였으나 그는 홀로 타점, 홈런을 쌓으며 팀의 추락을 막았다.
▲ 홈런-타점, 영양가 있는 기록을 쌓다
박병호는 지난해 7월까지 1개의 홈런을 때려냈으나 넥센으로 이적 후 4번타자로 안착하며 10월초까지 약 두 달 동안 12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4번타자는 그에게 딱 맞는 옷처럼 보였다. 올 시즌 역시 박병호는 타율(2할9푼)은 높지 않았으나 홈런(31개), 타점(105점), 장타율(.561) 3관왕, 역대 35번째 20홈런-20도루를 달성하며 팀의 든든한 중심타자가 됐다.
그의 진가는 젊은 나이와 지금도 성장중이라는 점에 있다. 그는 "타격폼을 여전히 수정하고 있다. 내년 스프링캠프에서 박흥식 타격코치님과 함께 타격폼을 조금 더 유연하게 바꿀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코치는 "박병호는 계속 크고 있기 때문에 3년 내에 40홈런도 바라볼 수 있는 타자"라고 말했다.
프로에 입단한지 벌써 8년차가 됐다. 남들보다 늦게 꽃피었다고도 볼 수 있지만 그는 아직 젊다. 지금까지의 시련을 딛고 최고의 선수로 거듭난 박병호는 지금도 2군에서 땀흘리고 있는 많은 유망주들에게 누구든 열심히 하면 '진흙 속의 진주'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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