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생활의 끝을 맺었던 팀에서 20년 만에 지휘봉을 잡게 되었다. 롯데 자이언츠가 20년 전 그곳에서 은퇴했던 명투수 출신 김시진 감독과 3년 계약을 맺었다.
롯데 자이언츠는 5일 신임사령탑에 김시진 전 넥센 감독을 선임했다. 계약 기간 3년에 계약금 3억, 연봉 3억 등 총 12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는 프로야구 감독으로서의 오랜 경험과 선수 육성 능력 등을 높이 평가, 김 감독을 영입했다.
특히 김 감독의 롯데행은 지난 1992년 은퇴 후 20년 만에 부산 연고 롯데로 적을 둔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 하다. 대구상고(현 대구 상원고)-한양대를 거쳐 지난 1983년 삼성에서 데뷔한 김 감독은 국내 투수 중 가장 먼저 개인 통산 100승 기록을 달성한 불세출의 명투수 중 한 명이다.

1988년까지 삼성의 에이스로서 매해 10승 이상을 달성하던 김 감독은 그해 말 롯데 에이스이던 故 최동원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에 입단했다. 야구시장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당시였어도 팀의 간판 에이스들의 맞트레이드였던 만큼 팬들에게 주는 충격파는 어마어마했다. 이유는 1988년 선수노조 결성 파동 때문이었다.
롯데로 이적한 후 김 감독은 한 시즌 10승 고지를 밟지 못한 채 쓸쓸히 은퇴의 길을 걸었다. 1989년 4승 9패 평균자책점 3.87로 하락세를 보인 김 감독은 1990년 7승 10패 평균자책점 4.04, 1991년 2승 4패 평균자책점 6.18에 이어 1992년 4경기 1패 평균자책점 13.06을 끝으로 선수 유니폼을 벗었다. 1992년 롯데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으나 김 감독의 비중은 극히 작았다.
이듬해 김 감독은 태평양 투수코치로 자리를 옮기며 롯데와의 인연을 마감했다. 이후 김 감독은 현대 투수코치-감독을 거쳐 히어로즈의 감독으로 올 시즌 중반까지 지휘봉을 잡다가 갑작스레 경질되며 야인이 되고 말았다. 롯데는 김 감독의 경험과 투수 조련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높이 사 야인이 된 지 불과 두 달도 되지 않은 김 감독의 선임을 결정했다.
롯데 선수로서는 큰 공헌을 보여주지 못했던 김 감독. 그가 결정한 20년 만의 롯데행. 그동안 롯데는 강한 선발진과 파괴력 넘치는 중심 타선을 앞세워 포스트시즌에 참가했으나 올 시즌 주포 이대호(오릭스)의 이적 등으로 인해 타선 파괴력이 다소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대신 베테랑 언더핸드 정대현이 가세하고 2차 드래프트에서 건진 보물 김성배 등이 활약하며 투수력에서 좀 더 무게감 있는 야구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팀 컬러 변혁의 과정을 걷고 있는 롯데. 투수 조련으로 잘 알려진 김 감독은 20년 만에 찾은 롯데를 어떻게 변모시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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