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든 성배인가, 기회의 문인가.
롯데가 김시진을 감독을 차기 사령탑으로 선택했다. 5일 전임 양승호 감독의 후임 사령탑으로 낙점하고 공식발표했다. 지난 92년 롯데에서 은퇴한 이후 20년 만에 롯데의 사령탑으로 복귀했다. 현대 유니콘스, 넥센 히어로즈에 이어 세 번째 팀을 지휘하게 됐다.
롯데는 자신이 맡은 팀 가운데 가장 강한 팀이다. 그는 단 한번도 4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현대와 넥센의 전력이 약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롯데는 올해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팀이다. 드디어 가을잔치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롯데는 전임 양승호 감독이 말했듯이 독이 든 성배이다. 성적이 좋으면 일등공신 대접을 받지만 부진하면 온갖 비판의 대상이 된다. 롯데는 5년 연속 가을잔치에 진출하고도 피로감에 쌓여있다. 단 한번도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시리즈는 지난 99년 한화와 격돌 이후 13년째 감감 무소식이다. 때문에 롯데는 4강은 당연한 것이고 최소한 한국시리즈까지 이끌어야 된다. 김시진 신임 감독에게는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전임 양승호 감독은 한국시리즈 진출 실패의 책임을 짊어져야 했다.
아시아시리즈 이후 팀을 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에 우승에 근접하는 전력을 만들어야 한다. 마운드는 풍부하지만 선발진을 강화해야 한다. 이대호의 공백으로 빚어진 장타력 보강이라는 과제도 있다. 아울러 보다 짜임새 있는 수비도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세대교체도 해야된다. 만만치 않는 앞날이다.
그러나 김시진 감독에게는 도전의 무대이다. 그동안 워낙 약팀을 맡은데다 주력선수들의 현금이적으로 생긴 전력공백을 메우느라 노심초사해왔다. 이제는 그런 걱정없이 온전히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우승전력으로 만들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구단의 각별한 지원도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롯데는 기회의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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