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생팀이 대만 우승팀을 혼쭐 냈다.
대만리그(CPBL) 우승팀으로 부산에서 열리는 2012 아시아시리즈를 참가차 한국에 방문한 라미고 몽키스가 한국의 신생팀 NC 다이노스의 매운 맛을 봤다. 라미고는 5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평가전에서 3-2로 승리했지만 경기내용은 의외로 팽팽했다. NC의 패기가 라미고를 경기 마지막 순간까지 당혹스럽게 만든 것이다.
올해 대만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라미고는 내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선수로 투수 왕친즈·린지아웨이, 포수 린홍위, 내야수 궈옌원·린즈셩, 외야수 찬즈야오 등 6명의 선수들을 배출햇다. 여기에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박찬호에게 홈런을 터뜨리는 등 대만 최초의 메이저리거 천진펑도 소속돼 있는 강팀이다.

지난달부터 한국의 포스트시즌 기간에도 전력분석원을 경기장에 파견하며 아시아시리즈를 준비한 라미고는 현지 적응을 위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평가전을 요청했고, NC가 이를 받아들이며 이날 맞대결이 성사됐다. 대만 챔피언과 한국 신생팀의 대결. 무게는 NC가 아니라 라미고 쪽으로 기울어있었다. 김경문 감독도 경기 전 "연습경기이지만 배운다는 기분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기 초반은 경기 전 예상대로 흘러갔다. 라미고 타자들은 적극적인 스윙으로 NC 선발 최금강을 공략했다. 2회초 안타 2개와 볼넷 2개 그리고 최금강의 보크를 더해 2점을 선취했다. 4회초에도 3연속 안타로 추가점을 올리며 스코어를 3-0까지 벌렸다. 마운드에서도 선발 왕펑씬이 퍼펙트로 NC 타선을 철저하게 봉쇄했다.
하지만 4회초부터 경기 흐름이 묘하게 흘러갔다. 스즈웨이 적시타로 3-0 리드를 잡은 라미고는 1사 2·3루 찬스를 이어나갔다. 1번 찬즈야오 타석 때 라미고는 기습적인 스퀴즈 번트 시도했다. 하지만 이때 바깥쪽 공을 요구하며 피치아웃한 NC 포수 김태우는 기다렸다는듯 홈으로 달려온 3루 주자 천진펑을 태그아웃시키며 흐름을 끊었다.
위기 뒤 기회. NC는 4회말 안타 3개와 사사구 2개 그리고 희생플라이 2개로 2득점하며 따라붙었다. 3회까지 퍼펙트로 막은 라미고 선발 왕펑씬도 연타를 맞고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김경문 감독은 특별한 작전없이 선수들에게 맡겼고 NC 타자들은 과감한 스윙으로 필요할 점수를 뽑아냈다. 비록 파울이 되기는 했지만 2사1·2루에서 김태우가 좌측 폴대를 살짝 빗나가는 파울 홈런을 터뜨리기도 했다. NC의 공세에 라미고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5회에도 NC가 1사 후 박민우가 중전 안타를 치고나가자 라미고는 3번째 투수로 이날 명단에 포함된 최다승 투수 쩡청아오를 투입하며 돌 다리도 두드리는 심정으로 경기에 임했다. 9회에는 외국인 투수 폴 필립스를 마무리로 투입해 경기를 끝냈다. 9회 2사 후 이번에는 조평호가 우측으로 큼지막한 파울 홈런을 때리며 라미고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경기는 3-2로 라미고가 이겼지만 NC가 보여준 신생팀의 패기는 한국과 대만 야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경기 후 창원구장을 메운 팬들은 뜨거운 환호로 NC 선수들의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에 화답했다. 김경문 감독은 "생각보다 많은 팬들이 찾아주셨다. 이기는 모습을 보여드렸어야 하는데 아쉽다"면서도 "승리하면 그 순간은 잠깐 좋겠지만 우리는 아직 어린 팀이다. 패배 속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아직 보완해야 할 게 많다"고 말했다.
라미고도 아시아시리즈를 앞두고 바짝 긴장감을 높일 수 있었다. 삼성과 함께 아시아시리즈 A조에 포함된 라미고는 오는 8일 오후 12시 사직구장에서 차이나 스타즈와 예선 첫 경기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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