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 개띠가 한 명 더 생겼네".
롯데가 김시진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전격 선임한 5일.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NC는 '대만 챔피언' 라미고 몽키스와 평가전을 치르고 있었다. 비록 경기는 2-3으로 패했지만, 9회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물고늘어지며 간담을 서늘케 했다. 한국 신생팀이 대만 우승팀을 제대로 괴롭혔다.
경기 후 김경문 감독은 김시진 감독의 롯데 사령탑 선임 소식을 전해들었다. 김 감독은 "58년 개띠가 한 명 더 생겼다. 이거 재미있겠네"라며 웃어보였다. 1958년생 사령탑으로는 김경문 감독과 이만수 SK 감독이 있었는데 김시진 감독까지 가세하며 내년 시즌 리그의 흥미 요소가 더욱 커졌다.

특히 '경남 라이벌' 롯데와 NC의 사령탑이 동갑내기라는 점은 두 팀의 라이벌 의식을 더욱 강화할 요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MBC 허구연 해설위원도 "내년 시즌 여러모로 정말 재미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동갑내기 사령탑의 복귀에 웃음을 지은 김경문 감독이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내비쳤다. 김 감독은 "아무래도 우승 부담감이 클텐테…"라며 짐짓 걱정했다. 롯데는 최근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번번이 한국시리즈 문턱에서 좌절했다. 1992년 이후 20년간 우승을 못하고 있다.
양승호 전 감독이 3년 계약 중 1년을 남기고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난 것도 결국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루지 못한 것에 책임을 진 결과. 롯데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20년 묵은 과업을 위해 김시진 감독을 영입했고, 김시진 감독은 최소한 한국시리즈 진출 그 이상의 성과를 내야 한다.
김경문 감독도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2004년 두산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 감독은 2005·2007·2008년 팀을 한국시리즈에 올려 놓았으나 매번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부담감이 컸고, 2011년 시즌 중 우승 실패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한 경험이있다. 우승 부담감이 얼마나 힘겨운지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이제 당장 내년 시즌부터 두 감독은 '경남 라이벌' 롯데와 NC의 사령탑으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됐다. 김 감독은 "그동안 롯데를 응원한 창원팬들이 많으셨다. 창원팬들 앞에서 최대한 많이 이기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김시진 감독의 롯데 부임으로 김경문 감독의 NC와 경함 라이벌 구도도 더욱 흥미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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