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하다. 그런데도 눈길이 간다. 이는 아마도 그동안 누구도 말하려 하지 않았던, 그래서 더욱 알아야만 하는 우리의 과거가 스크린에서 펼쳐지기 때문일 것이다.
5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인 영화 '남영동 1985'는 모두가 외면하려 했던 과거의 상처를 적나라하게 꺼내 놓으며 우리에게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라 소리치고 있다.
'남영동 1985'는 故 김근태 상임고문의 자전적 수기 '남영동'을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 군부 독재가 기승을 부리던 1985년 9월 4일, 민주화운동가 김종태는 가족들과 목욕탕을 다녀오던 길에 경찰에 연행된다. 예전부터 자주 경찰에 호출됐던 터라 큰 일은 없으리라 여겼던 그는 정체 모를 남자들의 손에 어딘가로 끌려간다.

눈이 가려진 채 도착한 곳은 남영동 대공분실. 경찰 공안수사당국이 빨갱이를 축출해낸다는 명목으로 소위 '공사'를 하던 고문실이었다.
그날부터 김종태는 온갖 고문으로 좁고 어두운 시멘트 바닥을 뒹굴며 거짓 진술서를 강요 받게 되고 아무 양심의 가책 없이 잔혹한 고문을 일삼는 수사관들에게 굽히지 않고 진술을 거부하지만 장의사라 불리는 고문기술자 이두한이 등장하며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꾸는 잔혹한 22일이 시작된다.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22일 동안 故 김근태 상임고문으로 상징되는 주인공 김종태를 고문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남영동 1985'는 보는 모든 이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극장에는 연신 주인공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지고 스크린에서는 고통에 찬 주인공의 표정이 가득하다.
또한 악명을 떨쳤던 고문기술자 이근안을 모티브로 한 이두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만큼 상상치 못했던 고문기술들도 스크린에서 펼쳐지며 관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그런데 아이러니한것은 마음이 불편한데도 영화에 눈길이 간다는 것이다. 이는 '남영동 1985'가 다루고 있는 것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그리고 앞으로의 시대를 살아갈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과거 중 한단면이기 때문. 피하고 싶지만 피하지 못하는 것이 있듯 '남영동 1985' 속 1980년대의 우리네 현실 역시 피할 수 없다. 왜냐하면 당시 1980년대가 있었기에 지금에 우리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에 관객들은 잔혹한 고문장면에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자리를 뜨지 못한다. 너무나도 충격적인 진실에 모두들 경악을 금치 못하며 과거에 저런 일이 있었던 것을 반성하고 앞으로를 계획한다.
'남영동 1985'의 메가폰을 잡은 정지영 감독 역시 "고문을 당한 한명의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우리 현대사 이면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감추고 싶은 상처를 들여다본다"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했듯 이번 영화를 보며 우리가 걸어오고 걸어갈 발자욱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인 것 같다.
한편 영화 '부러진 화살'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정지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남영동 1985'는 오는 22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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