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꽃다발' 받던 순간, 스승 김시진 '꽃가마' 탔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11.06 06: 56

"내게 기회를 주셔서 4번타자로 뛸 수 있게 해 주신 김시진 감독님께 감사 드린다".
5일 프로야구 최우수 선수(MVP)와 최우수 신인선수 시상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넥센 히어로즈 선수들이 독식을 했다. 내야수 박병호는 홈런-타점왕을 차지해 91표 가운데 73표를 획득, 압도적인 표차로 MVP에 선정됐다. 또한 내야수 서건창은 역시 91표 가운데 79표를 얻어 신인왕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한 팀에서 MVP와 신인왕이 동시에 나온 건 통산 5번째, 이 가운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은 이번에 넥센이 처음이다.
MVP 트로피를 손에 거머쥔 박병호는 수상 소감으로 김시진 전 감독에 대한 감사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내게 기회를 주셔서 4번타자로 뛸 수 있게 해 주신 김시진 감독님께 감사 드린다"는 것이 박병호의 소감이었다. 만년유망주였던 박병호는 지난해 시즌 도중 LG에서 넥센으로 유니폼을 갈아 입었고, 올해 김시진 전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최고의 시즌을 만들었다.

김시진 전 감독은 넥센 감독시절 박병호를 따로 불러 "올해 무슨 일이 있더라도 계속 4번타자로 기용할 것이다. 그러니 마음 편하게 야구를 하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또한 신고선수 테스트를 보러 온 서건창의 가능성을 꿰뚫어 보고 예외적으로 기회를 줘 붙박이 테이블세터로 자리잡게 했다. 김시진 전 감독이 있었기에 박병호-서건창은 동시수상이라는 꽃다발을 받을 수 있었다.
시상식이 한창이던 시각, 롯데는 김시진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알려왔다. 제자들이 꽃다발을 받던 순간, 스승인 김 감독이 꽃가마를 탄 것이다. 우승을 목표로 내건 롯데이기에 감독직을 두고 '독이 든 성배'라는 말도 나오고 있지만 가장 뜨거운 열기를 자랑하는 롯데의 감독을 한 번 맡아보는 건 모든 감독들의 소망 가운데 하나다. 시즌을 마치기 전, 넥센으로부터 경질을 당했던 김 감독이지만 2개월도 지나지 않아 선수생활을 마감한 롯데로 20년 만에 돌아오게 됐다.
롯데가 신임 김 감독에게 바라는 건 단 하나다. 바로 우승이다. 롯데 배재후 단장은 "우리팀이 우승하는 데 보완해야 할 문제점 가운데 투수부문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김시진 감독을 영입했다"면서 "정민태 투수코치와 함께 선수육성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선수육성의 대가로 불리운다. 박병호와 서건창 등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선수들의 재능을 발견, 전폭적인 믿음과 지지를 보냄으로써 MVP-신인왕 수상자로 길러냈다. 넥센에서 단 한 번도 4강 진출을 하지 못했지만 4년동안 지휘봉을 잡을 수 있었던 것도 특유의 선수육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재 롯데는 '뉴 페이스' 스타가 부족하다. 또한 우승과 세대교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아야 한다. 주전 야수진에서 가장 새로운 얼굴은 전준우-손아섭이다. 이들은 2년, 혹은 3년 전부터 서서히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 이후 야수진에서 주전선수로 발돋움 한 선수가 부족하다. 구단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새로운 스타의 발굴이 필요할 때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처럼 롯데에 투수진 보강은 시급하다. 물론 올해 롯데는 팀 평균자책점 2위를 기록하며 13년 만에 준 플레이오프를 통과했다. 투수들의 평균적인 수준은 올라갔지만 리그를 지배할 '슈퍼 에이스'는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우승을 위해서는 에이스투수가 등장해야만 한다. 현역시절 김 감독처럼 말이다. 이미 김 감독은 태평양 시절 정민태, 현대 시절 김수경이라는 에이스투수를 키워냈다.
꽃가마를 타고 돌아 온 김 감독, 그에게 지워 질 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우승과 선수 육성을 모두 잡아야만 한다. 그게 구단이 바라는 바다. 롯데에서 제 2의 박병호, 제 2의 서건창이 나온다면 우승은 결코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김 감독이 롯데에서 지도자로서 새 역사를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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