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유라 인턴기자] 값진 재료를 잔뜩 넣는다고 음식이 꼭 맛있을까. 궁합이 맞는 재료를 적절히 사용해야 몸에도 좋고 음식 맛도 살릴 수 있는 법. 또한 똑같은 재료를 넣더라도 요리하는 사람의 손맛에 따라 음식 맛은 확연히 달라진다.
종영을 앞둔 KBS 2TV '청춘불패2'(이하 '청불2')가 바로 재료만 듬뿍 쓰고 맛을 놓친 사례다. 아이돌 예능 '청불2'는 인기 걸그룹 멤버들을 대거 투입하고도 저조한 시청률로 고전하다 끝내 결국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침체기를 맞으며 폐지까지 거론됐던 MBC '우리 결혼했어요4'(이하 '우결4')는 최근 새로운 출연진들의 투입으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훨훨 날고 있는 중이다. 무슨 이유일까?
◇아이돌 우려먹기, 상투적인 게임...결국 敗

'청불2'가 맨 처음 시즌 1을 기획했을 때만 해도 그럭저럭 괜찮은 반응을 얻었던 것이 사실이다. '아이돌' 자체가 가지고 있는 힘과 버라이어티라는 인기 장르를 혼합해놓다 보니 초기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당시 신선함을 느꼈던 시청자들도 시즌2가 다시 나왔을 때 '식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청불2'에 출연 중인 수지, 예원, 보라, 효연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국내 최고의 여아이돌 그룹 멤버다. 여기에 붐, 이영자, 김신영이라는 최고의 입담을 자랑하는 엠씨들까지 가세해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음식 재료로만 본다면 그 어느 프로그램과 견줘도 손색없는 최고급 재료인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배합하고 조리하는 과정에서 요리사, 즉 제작진의 무능력이 드러났다.
기본적으로 시청률이 높은 토요일 오후인데다 고정 팬들이 많은 인기 걸그룹 멤버들이 대거 출연하다보니 일정 부분 시청자들을 확보하고 가는 측면이 강했다. 하지만 이러한 메리트에도 불구하고 '청불2'가 죽을 쑨 이유는 갈피를 잡지 못하는 프로그램 콘셉트와 상투적인 게임으로 가득한 '아이돌 우려먹기'식 예능이라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미 아이돌 예능이라는 장르에 무료함을 느끼는 시청자들에게 '청불2'는 신선함은 커녕 확고한 정체성 없이 하루 하루 연명해 나가는 미적지근한 모습만 보이더니 결국 마침표를 찍었다.
더군다나 이미지가 중시되는 여아이돌만 모아놨기 때문에 몸을 사리지 않는 웃음을 선보이기가 어려웠다는 평이다. 물론 쥬얼리의 예원처럼 완벽하게 털털한 모습과 가식 없는 웃음으로 시청자들의 호감을 산 멤버도 있지만 어느정도 인기 반열에 올라 있는 멤버들의 경우 시청자들의 기대만큼 자신을 내던지지 못했다. 각 재료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다 보니 붐, 이영자, 김신영만으로 프로그램을 살리기에는 버거웠다.
◇르네상스 맞이한 '우결4'...3色 매력
반면 '우결4'는 새로운 출연진들을 보강하면서 토요일 오후 예능을 확실하게 책임지고 있다. 광희-선화, 줄리엔-윤세아, 이준-오연서 등 연예계 인기 남녀들의 색다른 조합으로 시즌 3의 부진을 완전히 벗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우결이 다시 한 번 르네상스를 맞이하게 된 데에는 신선한 재료를 적절하게 버무려낸 제작진의 '한 수'가 통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개편을 맞아 소위 '핫'하다고 평가되는 아이돌뿐만 아니라 윤세아, 줄리엔, 오연서처럼 예상밖 캐스팅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우결4'는 이제 토요 예능 전쟁에서 주도권을 쥐었다. 여아이돌 멤버만 나열해 놓은 '청불2'와는 달리 음식 재료의 궁합을 고려해 맛있는 음식을 차려냈기 때문이다. 본의 아니게 '청불'과 '우결'을 비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기에 몸을 사리지 않고 큰 재미를 선사하는 출연진들의 공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세 커플은 마치 한 프로그램을 보는데도 세 가지 색다른 매력을 느끼게 한다. 광희와 선화는 화끈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매운 음식, 줄리엔과 윤세아는 달콤한 티라미수, 이준과 오연서는 담백하지만 물리지 않는 한식같다. 이들을 보고 있자면 마치 부페에 들러 맛있는 음식을 한 번에 먹는 느낌이다.
그리고 각 출연진들은 프로그램 내에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정확히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한다. 그저 흐르는 대로 주어진 각본 대로 소극적인 자세로 임했던 '청불2' 멤버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이처럼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는 이 두 프로그램은 결국 운명을 달리 하게 됐다. 하지만 수긍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눈에 보이지 않는가. 앞으로 쏟아져 나올 예능 프로그램이 더이상 '청불2'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제작진들의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청자들은 맛있는 음식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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