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동 1985' 박원상, 배우란 이유만으론 못할 고문연기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2.11.06 15: 50

영화 '남영동 1985'(정지영 감독)는 관객들을 힘들게 한다. 주연배우 박원상의 말대로 '힘들지만 버티고 끝끝내 봐야 하는 영화'다. 물고문, 고춧가루 고문, 전기 고문 같은 입에 담기도 끔찍한 고문들이 영화 내내 자행된다.
'남영동1985'는 1985년, 공포의 대명사로 불리던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벌어진 22일 간의 기록을 담은 실화로 故김근태 의원의 자전적 수기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화의 내용이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도 끔찍하지만, 영화를 보고 있으면 배우가 어떻게 저 연기를 해냈을까도 궁금하다. 아무리 영화가 편집의 예술이라지만 주연배우의 고통 또한 상당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영화에서 고문이라는 소재를 떠올리면 '호스텔' 같은 공포 호러영화나 여타 슬래시 무비가 생각나기 마련. 혹은 여주인공이 과거 군사독재 시절 자신을 고문한 사람(으로 의심되는 남자)과 외딴집에서 맞이하는 하룻밤을 다룬 시고니 위버의 '진실' 같은 작품 등이 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고문 이야기가 메시지까지 전하며 진지하게 묘사된 작품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태프는 물론이겠지만 박원상이 이 역을 대역 없이 연기했다는 것에 놀라움과 걱정까지 든다.
박원상은 "'부러진 화살'을 마치고 (정지영) 감독님께서 다음은 고문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같이 했으면 좋겠다'라고 하셔서, 저로서는 굉장히 고맙고 감사했다"라면서 "하지만 한편으론 '과연 내가 이걸 감당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라며 감독, 배우, 현장 스태프 등 '부러진 화살'에서부터 함께한 제작진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큰 바탕이 됐기에 가능한 작업이었다고 털어놨다.
박원상은 故 김근태의 극중 인물인 김종태로 분해 끔찍한 고문을 겪는 30대 후반 청년의 모습에서부터 훗날 보건복지부 장관이 되는 노인까지 연기한다. 영화의 대부분 발가벗겨 고문을 당하는 그를 보고 있으면, 짐승 같았던 그 시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정의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다시금 생기기 마련이다.
영화의 대부분은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듯 진행되며 22일간 자행된 하루하루의 고문은 박원상의 열연 속진정성 있는 아픔을 준다. 故 김근태 의원의 수기나 기사들을 봤던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겠지만 이를 접하지 못하고 보는 관객들이라면 충격을 받을 법도 하다. 더욱 소름끼치는 것은 고문 그 자체보다도 고문을 하는 사람들이 야구 중계에 열광하고, 헤어질 위기에 놓인 여자친구에 대해 하소연하고, 야한 잡지를 보는 등 일상생활을 한다는 것에 있다. 
극중 고문기술자 이두한 역할을 맡은 이경영은 "고문의 기술적인 접근, 그것은 사실과 거의 유사하게 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물론 박원상을 봐서 느꼈겠지만, 영화 내내 고통스러워 했다. 하지만 저희가 그 고통을 즐기지 않으면, 표현하려고 했던 이야기가 잘 전달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촬영에 있어 테크닉이란 것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에서야 영화에게 미안하고, 관객에게 그리고 박원상에게 미안하다"라는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이경영은 부산국제영화제 시사 후 관객들에게 "죄송하다"는 한 마디와 함께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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